롯데가 주도해 왔던 국내 면세점 시장 판도가 절대 강자가 없는 체제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번 주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매장 사업자가 결정되고,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면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반납했던 인천공항 T1 면세매장 사업자가 오는 22일 결정된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인천공항 T1 4개 사업권 중 주류ㆍ담배(DF3)를 제외한 향수ㆍ화장품(DF1), 피혁ㆍ패션(DF5), 탑승동(DF8) 등 3개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부터 진행한 입찰을 통해 현재 향수ㆍ화장품과 탑승동을 묶은 사업권(DF1)과 피혁ㆍ패션 사업권(DF5)의 최종 인수 후보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로 압축됐다. 연간 매출 9,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장 운영자가 롯데에서 다른 기업으로 바뀔 경우 국내 면세시장 판도도 달라진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가 41.9%로 신라(26.8%)와 신세계(12.7%)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면세 사업권 변경으로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30%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만약 호텔신라가 DF1과 DF5 사업권을 모두 따내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올라서 롯데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신세계도 입찰 결과에 따라 면세시장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수가 13개까지 늘어나면서 한때 50%가 넘던 롯데 시장 점유율이 40% 초반까지 떨어졌다”며 “특히 이번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 변경으로 사실상 롯데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고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이 장악하고 있던 서울 강남지역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신규 면세점이 잇따라 문을 여는 것도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애초 지난해 신규 면세점을 강남에 열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면세점 개장을 연기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이 경제 보복 조치 중단을 선언하고 중국 보따리상(다이공ㆍ代工) 방문 증가로 면세점 업황이 개선되자 강남지역 면세점 개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다음 달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 중앙에 1만3,570㎡(4,105평) 규모의 신규 면세점을 개장한다. 신세계는 서울 지역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연계해 강남 면세점을 이 지역 문화ㆍ관광 허브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강남 면세점 오픈으로 지난해 1조원을 넘었던 서울 시내 면세사업부 매출이 내년 2조5,000억원 넘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11월 강남 핵심 상권인 코엑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1만4,005㎡ (4,244평) 규모의 신규 면세점을 연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현대백화점이 서울 시내에 처음 개장하는 강남 면세점 경쟁력도 만만치 않게 평가되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사드 해빙무드가 본격화된 데다 코엑스 인근에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카지노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가 몰려 있는 점을 들어 현대백화점 면세점 연간 매출 규모를 7,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강남에 신규 면세점이 들어서면 이 지역 면세시장 규모가 함께 커지겠지만 기존 지배력 사업자인 롯데의 시장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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