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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뻥 축구 버리고 자존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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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뻥 축구 버리고 자존심 챙겼다

입력
2018.06.19 1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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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531회, 짧게 짧게 전진 사우스게이트 감독 새 시스템 선수 평균 나이 26세 세대교체 사상 최연소 주장 해리 케인 후반 극장골 혁신 성공 축포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19일 튀니지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볼고그라드=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19일 튀니지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볼고그라드=로이터 연합뉴스

‘뻥 축구’를 버린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복병 튀니지에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튀니지와 경기에서 해리 케인(25ㆍ토트넘)의 멀티 골을 앞세워 2-1 승리를 챙겼다.

‘삼사자 군단’이라 불리는 잉글랜드는 수준급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매번 국제 무대에서는 쓴 울음을 삼켰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했고,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잉글랜드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이나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건 1966년 자국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변화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로 예선탈락 한 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충격에 빠진 잉글랜드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2016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혁신을 진두지휘 했다. 케인, 델레 알리(22ㆍ토트넘), 라힘 스털링(24ㆍ맨체스터시티), 제시 린가드(26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젊은 피들 위주로 팀을 꾸려 월드컵에 나섰다.

잉글랜드 선발 베스트 11의 평균 A매치 출전수는 21경기에 불과했고 평균연령도 만 26세 16일에 그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아직 만 26세도 되지 않은 데다 월드컵 첫 출전인 케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그는 잉글랜드 사상 최연소 주장이 됐다.

새로운 얼굴에 맞게 새로운 옷도 입었다. 과거 잉글랜드는 ‘킥 앤 러시’ 작전을 고수해왔다. 공격 시 후방에서 넘어 오는 롱패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뻥 축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전방으로 길게 공을 넘기는 대신 최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전개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며 세밀한 패스를 주고 받았고 이를 토대로 빠른 공격 전개를 펼쳤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잉글랜드는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공 점유율에서는 60.6%대 39.4%로 튀니지를 압도했다. 총 패스 숫자에서는 531대 352로 크게 앞섰고 패스 성공률에 있어서도 86% 대 78%로 한 수 위였다. 덕분에 슈팅 숫자에서도 18대 6으로 크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잉글랜드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원하는 팀을 만들고 있다. 이 발전을 보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출신으로 영국 BBC 축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매튜 업슨(39) 역시 “사우스게이트의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완수한 건 케인의 한 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초반부터 하위 팀들의 ‘통쾌한 반란’이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월드컵 초년병인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고,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0으로 눌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스위스마저 브라질과 1-1로 비겼다. 이날 잉글랜드도 경기 막판까지 튀니지에 1-1로 비기고 있어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46분 코너킥 상황에서 케인의 극장골이 터지며 잉글랜드는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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