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은 생태문명 건설을 위해 정부 조직의 녹색화를 단행했다. 지난 2018년 3월 11일 개최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국가 행정 부처의 대대적인 개편이 결의되면서 기존의 환경보호부를 포함한 6개 부처와 기구의 환경오염 관리 기능을 통합한 ‘생태환경부’가 탄생했다. 이는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밝힌 생태문명 건설에 관한 구상을 이행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당시 시 주석은 산, 강, 숲, 호수, 초원을 통합 관리하고, 생태환경 보호 제도를 엄격하게 시행하며, 녹색의 발전 방식 및 생활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에 인민대표들은 생태문명 건설과 환경권을 담은 헌법 수정안을 발의했고, 제13기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이를 통과시켰다. 수정 헌법의 서문은 ‘물질문명, 정치문명, 사회문명, 생태문명의 협력 발전을 추진하고 국가를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조화로우며 아름다운···강국으로 건설하여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천명하고 있다. 생태문명의 헌법 명기를 통해 생태문명 건설의 이념은 중국의 정책 결정 및 이행의 모든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되었다. 실제 리커창 총리는 2018년 업무계획 발표에서 중국의 생태환경 현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평하면서 2018년엔 생태환경 관리 제도의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생태문명의 건설을 경제, 정치, 문화, 사회 모든 분야에 융합시키는 국가운영 방식으로의 전환은 사회주의식 고도성장을 이뤘던 개발국가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녹색국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생태문명 건설을 내세워 중국은 동북아 환경공동체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한국도 ‘국가의 녹색화’를 위한 논의와 정책을 본격화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사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개발국가를 넘어 지속 가능한 녹색국가로의 전환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의 새천년 환경비전 선포와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설치, 노무현 정부의 환경부와 국토부의 통합,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은 그 흐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녹색전환 시도들은 늘 완고한 저항에 직면했다. 강한 개발주의 전통과 문화 때문이다. 한국의 환경정책은 경제(economy)와 환경(ecology)의 균형을 의미하는 ‘두 개의 에코(two ecos)’를 전제하지만 현실에선 늘 경제가 앞섰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그 백미였다. 경제, 사회, 환경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 발전에 관한 정책도 한국에선 유독 경제를 중심으로 해 왔다. 이런 방식의 성장과 발전으로는 한국사회의 진정한 선진화가 불가능하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지속 가능성(환경)과 국민소득(경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경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이 함께 간다는 뜻이다. 이들 국가들을 ‘사회적 생태국가’로 부르는 것은 사회 전반에서 녹색 전환이 그만큼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녹색 전환은 중국의 생태문명 건설에 비견된다. 헌법에 환경국가 원리의 도입, 주류 정책(산업, 복지, 문화, 교육)의 녹색화, 개발ㆍ보전부서의 통합, 녹색 자치분권, 환경가치를 내부화하는 산업경제, 에너지의 친환경적 전환, 산업ㆍ국토ㆍ환경정책 연동, 환경권의 구체권리화, 환경서비스의 공평한 배분, 환경민주주의의 활성화 등은 한국사회의 녹색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다. 6ㆍ13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2년 차에 그랬듯, 문재인 정부도 ‘한국사회의 녹색화를 위한 국가비전’을 발표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을 국민들께 선보일 때가 된 것 같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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