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55개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계 및 군부 최고위직에 올라 ‘조선족의 우상’으로 불리던 조남기(趙南起) 퇴역장군이 지난 17일 오후 늦게 베이징(北京)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충북 청원군 출신인 고인은 1940년 14세 때 독립투사인 조부와 부친을 따라 만주로 건너간 뒤 백두산 기슭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살다가 1945년 12월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펑더화이(彭德懷) 사령관의 통역을 맡았고, 이후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일하며 1960년대에 연변군구 정치위원(사단장급)으로 승진했다. 고인은 문화혁명 당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1987년 소수민족 최초로 총후근부장에 올랐고 중국군 최고위 계급인 상장(대장) 진급한 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 부총리급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등을 역임하다 2003년 은퇴했다.
고인은 2000년 5월과 2004년 6월 두 차례 방한했고, 중국 국제우호연락회 최고 고문이던 2004년 방한 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고 조남기 장군은 중국 공산당의 우수당원으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충성한 전사 중의 전사였고 무산계급 혁명가이자 걸출한 민족사업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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