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금! 지금! 아~!” “안돼! 막아! 막아야 해!”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로 스웨덴과 맞붙은 18일 밤,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서울 도심 ‘거리응원 성지’ 일대는 태극전사의 선전을 바라는 ‘붉은 악마’ 4만5,000명의 함성과 탄식이 번갈아 오갔다. 응원단은 대표팀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기 위해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끊임없이 외쳤다. 0대 1로 아쉽게 졌지만 응원단은 “그래도 잘 싸웠다”며 대표팀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가장 큰 거리응원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50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약 2만5,000명이 응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도, 3만명가량 몰려 발 디딜 틈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강남 영동대로 약 600m 구간에서도 1만여명 규모 응원전이 열렸고, 서울광장에서도 같은 시간 5,000여명 규모로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경찰은 거리응원 규모에 따라 교통 통제구간을 조정하면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경기 시작 5분 전, 대표팀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면서 본격 응원이 시작됐다. 광화문광장 등 거리응원이 열리는 곳에서는 일제히 “와아~!”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부젤라 특유의 경적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이어 국가 제창 시간에 응원단은 ‘대형 태극기’를 펄럭이며 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불렀다.
“삐이~!” 오후 9시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 대표팀 선수들이 스웨덴을 거칠게 압박하자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힘을 북돋아주었다. 전반전 34분쯤 손흥민 선수가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하자 시민들은 “손흥민! 가자!”라고 외쳤다. 전반전 내내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몇 번이나 스웨덴 슈팅을 선방하면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 서 있던 의경들은 크게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지만 위기상황마다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소 경기력에서 밀린 전반전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딸 셋과 붉은색 응원복을 맞춰 입고 서울광장을 찾은 하창호(40)씨는 “2002년 월드컵 때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했다. 16년 전 느꼈던 승리의 기쁨을 아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동대로에서 응원한 대학생 김종윤(24)씨는 “전반전 가장 돋보인 선수가 골키퍼라니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다들 잘 뛰었다”고 말했다.
열띤 응원에도 후반전 20분, 페널티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응원단 모두 “제발 아니길! 하며 두 손을 모았다. 아쉽게도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한국의 골망이 흔들리자 절규마저도 사라졌다. "괜찮아"가 짧게 흘러나왔지만 금세 침묵 속에 묻혔다. 반면 스웨덴인 미카엘 로스버그(37)씨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한 술집에 모인 스웨덴 응원단은 “스웨리예! 스웨리예!(Sverigeㆍ스웨덴어로 스웨덴)”라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경기는 결국 뒤집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직 두 경기나 남지 않았냐”라며 응원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광화문광장 응원전에 참여한 김수진(21)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며 “다음 경기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목청껏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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