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대 1. 지난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진 한 자리를 둘러싼 경쟁률이다. 서재원(진)과 정다혜(선) 그리고 이수연(미)은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은빛 왕관을 차지했을까.
서재원의 비밀무기는 ‘가치관 노트’였다. 책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인상적인 문구를 보면 이를 정리해 인터뷰에 대비했다. 배철현 서울대 교수의 ‘심연’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가 쓴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등 다양한 책을 읽고 주장의 힘을 길렀다. ‘대통령의 말하기’를 읽은 뒤엔 ‘붕’ 뜬 형용사를 자기 소개에서 최대한 지워 신뢰를 주려 했다. 지역 예선부터 대회 참가자들은 100명이 넘는 사람과 인터뷰를 한다. 대회에선 ‘어린 시절의 특정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이를 통해 어떤 가치관이 생겼는지 1분 안에 말해달라’는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서재원은 “적지 않은 참가자가 질문에 우물쭈물 하다 답변을 놓치더라”며 “가치관 노트를 만들어 대회에 들고 다닌 게 내 소신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다혜는 ‘나만의 표정과 자세’를 비법으로 꼽았다. ‘미스코리아식 ㅇㅇ’는 모두 피했다. 다리를 가볍게 굽힌 뒤 오른손을 어깨 위로 들어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인사와 미스코리아식 워킹 등이다. 전형적인 미스코리아의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정다혜는 대회 준비 학원이나 미용실 등엔 발도 들이지 않았다. 대신 집에 큰 거울을 두고 혼자 표정을 연습했다. 정다혜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풋풋함과 자연스러움을 주려 노력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수연은 ‘순간을 즐겨’ 미에 올랐다. “골든타임 같은 이수현이 되고 싶다”는 게 그가 대회에 참여하며 준비한 신조였다. 잘하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즐기는 모습으로 누군가에 가장 중요한 시간 즉 강렬한 인상을 남기자는 취지였다.
이수연은 춤도 서툰 데다 음치였다. 그런 그는 장기자랑에서 뮤지컬 ‘시카고’에서 가장 어려운 테마곡인 ‘록시’를 당차게 불렀다. 이수연은 “내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바로 심사위원에게 간절함을 보여주는 길”이라며 “대회 끝나고 심사위원들에게 ‘항상 즐기면서 임해 보기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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