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북 군산 유흥주점 방화 참극은 용의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참극은 주점 주인과 손님의 사소한 술값 시비가 발단이 돼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17일 오후 9시53분쯤 군산시 장미동의 한 유흥주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로 이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6일 주점 업주 A씨와 술값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이씨는 “술값이 10만원인데 20만원을 달라는 건 너무 과하다”며 A씨에게 따졌고 다툼은 사건 발생 당일까지 이어졌다. 17일 오후 2시쯤 주점에서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씨는 “주점에 불을 질러 버리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이씨는 A씨와 말이 통하지 않자 6시간 뒤 20ℓ들이 기름통을 들고 주점을 찾아 입구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소지한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이 불로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외상 술값 시비로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휘발유는 인근 항구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커다란 불길이 출입구를 막은 데다 소파에 불이 번지면서 유독가스와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뒤덮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주점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고 소방설비는 소화기 3대와 비상 유도등이 전부였다.
이씨는 군산시 개야도 출신으로 선원 생활을 하며 해당 주점 인근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도주한 이씨는 범행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군산시 중동 선배 집에 숨어 있다가 이날 오전 1시30분쯤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당시 이씨도 몸에 화상을 입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정확한 화재 원인 및 경위를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이씨가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치료를 받고 있어 추가 조사를 통해 규명되지 않은 범행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군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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