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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것 없는 10대… 공포영화 흥행 ‘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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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것 없는 10대… 공포영화 흥행 ‘큰 손’

입력
2018.06.19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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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 ‘트루스 오어 데어’ 10대 관객이 12.6%나 차지 3월 개학 맞춰 개봉한 ‘곤지암’ 신인배우 쓰고도 267만명 동원 ‘공포영화는 여름’ 공식 뒤집어 입소문 빠르고 동반관람 많아 웹툰 원작ㆍ학교 배경 공포물 등 10대 겨냥한 영화들 잇따라
3월 새 학기 개학과 맞물려 10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 ‘곤지암’. 쇼박스 제공
3월 새 학기 개학과 맞물려 10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 ‘곤지암’. 쇼박스 제공

10대가 극장에 나오면 영화도 흥한다. 최근 10대 관객이 선택한 영화들이 흥행 면에서 성과를 내면서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법칙이다. ‘남녀노소’ 묶음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10대로 인해 극장가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포 영화의 급부상이다. 마니아 장르로만 여겨지던 공포 영화는 10대 관객의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곤지암’(2018)과 ‘해피 데스데이’ ‘애나벨: 인형의 주인’ ‘겟아웃’(2017) 같은 100만~200만 흥행작도 종종 나온다. 극장가 전체 관객 중 1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남짓이지만, 공포 영화에서만큼은 10대 관객이 10%를 훌쩍 넘는다. 틈새 시장의 큰 손이라 할 만하다.

‘겟아웃’과 ‘해피 데스데이’, ‘인시디어스’ 시리즈 등을 제작한 공포 영화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 ‘트루스 오어 데어’는 지난달 22일 개봉해 55만 관객을 동원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겟아웃’과 ‘해피 데스데이’, ‘인시디어스’ 시리즈 등을 제작한 공포 영화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 ‘트루스 오어 데어’는 지난달 22일 개봉해 55만 관객을 동원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최근 개봉 공포영화 관객 연령별 비율

※ 자료: CGV리서치센터(6월 17일 기준ㆍ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10대 파워가 극장 풍경을 바꾼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트루스 오어 데어’는 10대 관객 비율이 12.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관객 중 10대 비율이 2.9%에 불과한 데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1월 31일 개봉해 55만 명을 동원한 ‘인시디어스4 : 라스트 키’에서도 10대 관객은 12.7%를 차지해 10대 관객 전체 비율 3.2%를 한참 웃돌았다. 10대와 문화적ㆍ정서적 기반을 공유하는 20대 초반(20~24세)까지 아우르면 비율은 더 높아진다. 두 영화에서 20대 초반 관람 비율은 각각 30.4%와 31.9%로 나타나, 20대 후반(25~29세) 관람 비율이 평균치와 비슷한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홍보 마케팅에서도 10대 관객은 중요하게 다뤄진다. 개봉을 앞둔 공포 영화들은 홍보 자료에 ‘15세 관람가 확정’ ’1020 관객이 극장을 움직였다’ ‘10대 관객까지 사로잡은 공포’ 같은 문구를 빠뜨리지 않는다. 마케팅도 10대가 친숙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 7일 개봉한 ‘유전’도 같은 전략을 내세워 17일 기준 관객 14만8,312명을 모았다.

‘곤지암’은 10대를 겨냥한 전략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사례다. 유명 배우 없이도 267만5,649명을 동원했다. 3월은 개학과 맞물려 관객이 급감하는 시기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 10대 문화에 주목했다. ‘공포 영화는 여름’이라는 통념도 뒤엎었다. ‘곤지암’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홍보팀장은 “3월 새 학기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곤지암’이 대화 소재로 오르내리면서 입소문을 탔다”고 분석했다.

공포 영화 외에 10대 주인공들이 나오는 청춘 영화와 웹툰 원작 영화에서도 10대 관람 비율이 높다. 2016년 40만명을 동원한 대만 청춘 영화 ‘나의 소녀시대’는 10대 관람 비율이 10.5%였고, 3월 개봉한 웹툰 원작 영화 ‘치즈 인 더 트랩’도 10대 관객 전체 평균(3.2%)의 두 배가 넘는 7.3%로 나타났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안녕, 나의 소녀’는 10대, 20대 초반 관객의 호응을 얻어 누적관객수 11만1,381명을 기록했다.

10대가 겪는 성장통을 담담하게 그린 ‘여중생A’는 동명 인기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대가 겪는 성장통을 담담하게 그린 ‘여중생A’는 동명 인기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7월 개봉하는 ‘속닥속닥’은 오랜만에 충무로에서 제작된 학원 공포물이다. 그노스 제공
7월 개봉하는 ‘속닥속닥’은 오랜만에 충무로에서 제작된 학원 공포물이다. 그노스 제공
10대만을 위한 영화를 보여줘

10대는 학교와 학원 등에서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빠르고, SNS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경제력을 제외하면 영화 흥행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집단이라 할 만하다. 또래 문화를 공유하면서 동질성을 가지려는 성향도 강해 단체 관람 비율도 높게 나타난다. 관객 1명이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올해 5월까지 CGV가 집계한 관람 인원별 분석에서도 10대에서 3인 이상 동반 관람 비율은 33%로, 전체 평균 26.4%보다 크게 높았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플랫폼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관객 확보를 위해 10대 관객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10대 감성을 담아낸 영화도 나오고 있다.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여중생A’가 20일 개봉하고, ‘고사’ 시리즈 이후로 충무로에서 전멸한 학교 배경 공포물 ‘속닥속닥’도 다음달 개봉한다. ‘속닥속닥’을 제작한 영화사 그노스의 송지환 대표는 “그동안 10대 관객은 알게 모르게 극장가에서 소외되고 배제돼 있었다”며 “10대가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영화가 없어서 보지 않았던 것”이라고 짚었다.

10대 관객의 급부상을 두고 영화 시장 재편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자본이 투입돼 관객 범위가 넓은 대작 영화 외에도, 특정 타깃을 노린 중소 규모 영화들이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지환 대표는 “가족 영화 범주가 세분화되면서 10대 영화 시장도 견고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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