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에서 많이 뛰지 않고 이기겠다는 건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과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박지성(37)은 남보다 한 발 더 뛰고 동료를 위해 빈 공간을 찾아내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세계적인 축구 클럽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가 자서전을 통해 “나도 솔직히 많이 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한 걸 본 적이 있다. 박지성은 그러면서도 “축구는 많이 뛰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발 더 뛴다”고 다짐했다.
멕시코가 독일을 잡는 이변을 보며 이 평범한 진리가 생각났다. 멕시코는 전략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었다. 때로는 강하게 압박하고 때로는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역습을 노리며 경기를 조율했다. 카를로스 오소리오(57) 멕시코 감독이 독일전을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소리오 감독이 경기 뒤 인터뷰(로이터)에서 “오늘 승리는 이변이 아니다. 6개월 간 준비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멕시코 선수들의 투지였다. 독일과 첫 경기에 모든 걸 바치겠다는 절실함이 그라운드 위 11명 모두에게 묻어났다.
공격수들은 앞에서부터 엄청나게 뛰며 상대 수비를 압박했고 미드필더들은 독일이 움직일 수 있는 요만큼의 공간도 주지 않으려 애를 썼다. 세계 톱 클래스 미드필더들을 다수 보유한 독일이 중원 장악에 저렇게 실패한 경기가 최근 있었나 싶다.
물론 멕시코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개인 기량이 모두 수준급이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멕시코의 ‘16강 징크스’(1994년부터 2014년까지 6회 연속 16강에서 탈락)를 약간 우습다는 듯 말하는데 내 기억에 멕시코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 개최국 브라질과 한 조에서 2승1무로 조별리그(브라질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뒤진 2위)를 통과했다. 16강에서 대회 3위 팀 네덜란드를 만나 종료 2분 전까지 1-0으로 앞서다가 동점골, 페널티킥 역전골을 연달아 내줘 1-2로 졌다. 운이 좀 안 좋았을 뿐 전력은 8강 이상이었다.

반면 독일 선수들 컨디션은 엉망으로 보였다. 심하게 말하면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인가 의아할 정도였다. 중원에서 상대를 1차 저지하지 않으니 뒷공간이 뻥뻥 뚫렸다. 경기 내용만 보면 독일이 1~2골 더 내주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실 독일 같은 팀이 월드컵 초반 고전하는 건 일종의 패턴이다. 선수 대부분이 유럽 빅 리그의 최정상 팀 소속으로 마지막까지 선두 다툼을 벌이고 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의 참가로 피로가 상당히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체 리듬을 결승까지 오르는 토너먼트에 맞추지 우리처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올인’하지 않는다. 강 팀들이 1라운드에서 종종 덜미를 잡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해도 정말 독일답지 못한 경기였다. 선제골을 내준 뒤에는 요하임 뢰브 감독(58)과 천하의 독일 선수들이 당황해 하는 게 TV로도 확연히 느껴졌다. 독일이 이대로 무너질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까. 스웨덴과 2차전이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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