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tvN ‘도깨비’와 KBS2 ‘태양의 후예’(2016)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삽입곡이 남녀 주인공의 농밀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도깨비’에선 몽환적인 리듬앤블루스(R&B)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가, ‘태양의 후예’에선 사랑에 빠진 마음을 표현한 ‘에브리타임(Everytime)’이 시청자를 낭만에 젖게 했다. 두 곡 모두 시청률 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고,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두 노래를 부른 가수는 펀치(본명 배진영·26). 2014년 데뷔한 신예다.
OST로 이름을 알린 펀치가 잇달아 싱글앨범을 내놓으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9월 싱글앨범 ‘밤이 되니까’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월 ‘오늘 밤도’, 지난달 ‘이 밤의 끝’을 잇달아 선보이며 일명 ‘밤’ 시리즈 3부작을 완성했다. ‘밤이 되니까’와 ‘이 밤의 끝’은 음원 차트에 1위에 올랐다. 신예답지 않은, 인상적인 ‘독립 선언’이다.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펀치를 만났다.
그의 목소리는 맑으면서도 거칠다. 오묘한 음색이 귀에 감긴다. 성숙한 목소리의 소유자이지만 얼굴엔 20대의 풋풋함이 느껴졌다.
‘밤’ 시리즈는 의도된 게 아니었다. 펀치는 “‘밤이 되니까’가 오랫동안 차트 상위권에 머무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이 제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며 “제 목소리를 먼저 인식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비슷한 감성의 후속작들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로 노래와 목소리를 알렸다지만 가수로서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싶었다는 것. 그는 “아직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 “가수로서 차근차근 자리 잡고 싶어” 의도적으로 방송 활동을 피한 탓도 있다. 그는 올해 처음 방송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쳤다. 노래를 알리기 위해 요란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노래를 직접 찾아 듣는 이들이 늘어” 더 기쁘다.
취미로 시작한 노래가 꿈이 됐다.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던 평범한 미대생이었다. 노래는 그저 재미 삼아 했다. 친구들과 홍익대 앞 소극장에서 선보인 공연이 현재 소속사(냠냠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눈에 들면서 가수가 됐다. 그는 “절실한 마음이었으면 더 힘들게 길을 찾았을지 모른다”며 “편안하게 일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잘 풀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자신 있었던 건 아니다. 보이그룹 엑소의 첸과 부른 ‘에브리타임’이 음원차트 1위를 했을 때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싱글앨범을 냈는데 성과가 안 좋으면 그 전 성과들은 제 것이 아니게 되는 기분이었어요.” ‘밤이 되니까’가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을 때야 비로소 확신이 생겼다. 펀치는 “데뷔하고 앨범을 낸다고 그게 평생의 길이 될 순 없었다”며 “가수라는 직업에 확신을 가진 때는 얼마 전”이라고 털어놨다.
펀치는 올 가을 발매를 목표로 미니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별 노래를 탈피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담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 올해부터는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할 계획이다. 그는 “SBS ‘파리의 연인’, ‘올인’ OST와 같이 몇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귀에 남고 싶다”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아 듣는 노래를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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