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적인 코스 설정으로 악명 높은 US오픈에서 끝까지 평정심을 지킨 건 브룩스 켑카(28ㆍ미국)였다. 지난해 깜짝 우승을 차지한 그는 사상 7번째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켑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스햄튼의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해 16언더파로 역대 최저타 타이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1989년 커티스 스트레인지(미국) 이후 29년 만에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켑카는 보통의 미국 선수들과는 다른 커리어를 밟았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하기 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컷 탈락한 후 어느 대회 출전권도 획득하지 못한 채 유러피언 투어 문을 두드렸다.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카자흐스탄, 케냐, 인도 등에서 열린 대회를 전전하던 켑카는 2014년 11월 터키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터키항공 오픈에서 강호 이안 폴터(42ㆍ잉글랜드)에 1타 차 우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초청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위권을 기록한 덕분에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미국무대에 복귀한 2015년에는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영건으로 자리매김했고 US오픈 2연패를 통해 메이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대회의 코스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가혹한 코스 세팅으로 많은 선수들을 괴롭혔다. 페어웨이는 좁았고 러프는 깊었다. 지나치게 단단하고 빠른 그린은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깍듯한 매너로 유명한 필 미켈슨(48ㆍ미국)이 대회 3라운드에서 퍼팅이 그린 경사를 타고 하염없이 내려가자 그만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움직이는 공을 쳐 2벌타를 받을 정도였다.
3오버파 213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그는 2언더파를 기록했고, 같이 공동선두를 달리던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4ㆍ미국)이 이븐파에 그치며 우승컵은 켑카에게 돌아갔다. 존슨은 1라운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3라운드 7타를 잃은 게 뼈아팠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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