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인 Aa2등급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특히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리스크)는 완화됐다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앞서 2015년 12월 무디스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3ㆍ긍정적’에서 ‘Aa2ㆍ안정적’으로 상향했었다.
이날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유지 결정 이유로 ▦글로벌 충격에 대한 강한 경제적 회복력 유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됐으나 상당한 불확실성 존재 ▦재정개혁으로 재정건전성 강화 등을 꼽았다.
무디스는 우선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 외부수요가 양호하고 확장적 재정정책과 꾸준한 소득 증가로 인한 견조한 소비가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감소가 예상되나 혁신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을 증가시켜 이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위험요소로 보면서도 수출다변화, 높은 경쟁력, 재정여력 등이 우리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진단했다. 무디스는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감소하더라도 한국은 대외건전성이 충분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항상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의 요인이 됐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평가를 했다. 무디스는 “긴장상태는 상당히 완화됐으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고 북미관계는 여전히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아졌으나 여전히 ▦비핵화 범위와 속도 ▦주한미군 문제 ▦북한정권 붕괴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무디스는 재정흑자 지속, 적정 수준의 국가부채 유지, 매우 낮은 외채, 강한 부채 상환능력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무디스는 부채 상환능력과 관련 “상대적으로 적은 부채규모에 한국은행의 적절한 인플레이션 관리로 인해 낮은 국내금리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디스는 국내 재벌의 큰 영향력 등 부패에 대한 통제가 선진국보다 낮고, 고령화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첨부했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결정 후 “향후 국가신용도 전망은 강점과 도전요인이 균형돼 있다”고 평가했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따라 강점 혹은 도전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공공기관 등의 채무 급증이나 우발채무 발생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제신평사들에게 최신 대북 진전사항 및 한국경제 동향을 적시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감으로써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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