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표류하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날 구출된 북한 선원 1명이 귀순했다. 정부는 이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 남북 해빙 분위기를 의식한 대처인 것으로 짐작된다.
1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1일 동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5명 중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4명이 15일 오후 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다. 그러나 귀순 의사를 피력한 나머지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한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관 고장과 침수 탓에 강원 속초 인근 해역에서 정처 없이 흘러가던 소형 북한 어선이 발견된 건 11일 오전 6시 20분쯤이었다. 표류선을 목격한 남측 어선은 해경에 신고했고, 해경은 함정 1척을 급파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5명을 전부 구해냈다.
귀순자 발생은 뜻밖이었다. 애초 이들이 남측에 흘러내려온 게 귀순을 위해서가 아닌 데다 처음에는 모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정부 합동신문 이후 남한에 남겠다는 북한 선원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 해상 등에서 구조한 북한 주민을 송환할 때 통상 그 사실을 미리 언론에 공개해 온 정부였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훈풍이 불고 있는 남북관계에 행여 악재가 되지나 않을까 정부가 염려해서였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과거 구조된 북한 주민이 남측 귀순을 택할 경우 공개적으로 반발하곤 했다. 2015년 7월 동해상에서 해경에 의해 구조된 선원 5명 중 3명이 귀순하자 북한은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내고 “남측이 선원들을 강제 억류했다”고 비난하며 전원 송환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역시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선원 4명 가운데 2명이 귀순한 데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탈북과 망명, 귀순 등 북한 체제를 내부에서 교란하는 요인들은 외부 위협 못지않은 북한의 골칫거리”라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2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앞두고 있다. 통상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성사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온 게 탈북자나 귀순자 북송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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