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적인 ‘원맨팀’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과 리오넬 메시(31ㆍFC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로 알려졌지만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도 선수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으로 꼽힌다.
코스타리카의 간판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32ㆍ레알 마드리드)다. 나바스는 4년 전 브라질 대회 조별예선에서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와 함께 섞인 죽음의 조에서 불과 1점만 내주는 등 철벽을 과시하며 코스타리카를 최초로 8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천하의 나바스도 이 한방엔 꼼짝 못했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33ㆍAS로마)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눈 깜짝할 사이에 흔들었다. 콜라로프는 17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의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E조 조별예선 코스타리카와 첫 경기에서 후반 11분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1-0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긴 세르비아는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전반 동안 헛심 공방을 벌인 두 팀의 승부는 후반 11분에 균형이 깨졌다. 세르비아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밖에서 상대 반칙으로 프리킥 기회를 얻었고, 키커로 콜라로프가 나섰다. ‘악마의 왼발’을 지닌 콜라로프는 골대와 거리가 있었지만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날카로운 슈팅을 때렸다. 나바스가 몸을 던져 팔을 쭉 뻗어봤지만 공은 골라인을 그대로 통과했다.
이날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콜라로프는 최고의 골키퍼를 상대로 통쾌한 골 맛을 봤다. 2007년 이탈리아 세리에A의 라치오에서 뛰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고 2010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해 전성기를 누렸다. 측면에서 정교한 왼발 크로스로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도 종종 터뜨린다. 워낙 공격적이라 수비 뒤 공간을 자주 내주고 수비 전환이 느린 단점이 있지만 워낙 왼발 킥이 좋아 단점을 상쇄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세르비아가 8년 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리는 골을 자신의 왼발로 만들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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