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만에 ‘원더걸스’라는 수식어를 떼고 온전히 자신의 이름 두 글자로 승부를 걸었다. 유빈은 첫 솔로 앨범을 선보이기까지 걸린 시간만큼이나 단단하고 깊이 있어진 자신의 음악 세계를 ‘도시여자’에 오롯이 담아냈다.
”데뷔 이후 11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내게 됐어요. 그 동안 정말 고대하고 고대하던 솔로 앨범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돼요. 저도 다시 신인가수가 된 마음으로 이번 앨범에 임하고 있거든요.(웃음) 예전에는 데뷔라는 꿈을 이룬 뒤 정신 없이 달려왔다면, 이번에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준비한 곡과 무대다 보니 떨리는 마음이 더 크고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룹으로 데뷔한 아티스트들의 솔로 앨범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 유빈의 첫 솔로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걸린 11년은 꽤나 긴 시간이었다. 이에 대해 유빈은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다“는 속 깊은 대답을 내놨다.
”작년 초부터 앨범 작업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어떤 곡, 어떤 색을 보여드릴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됐네요. 그만큼 완벽한 앨범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욕심이 컸죠.“

원더걸스 내에서도 랩을 담당했던 유빈은 이후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하면서 여성 래퍼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굳혔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유빈의 첫 솔로 앨범에는 래퍼가 아닌 보컬로서의 유빈의 모습이 담겼다. 랩이라는 자신의 주특기 대신 신선한 보컬로 첫 솔로 앨범 도전장을 내민 이유에 의문이 모였다.
”래퍼 이미지를 버리고 보컬에 도전하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신스팝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랩보다는 보컬이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진행하게 됐죠. 예전부터 곡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곡의 완성도였거든요. 곡에 잘 어울리는 구성과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굳이 랩을 억지스럽게 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예상치 못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채우게 됐죠. 그만큼 더욱 완벽하게 들려드리고 싶어서 디테일들을 많이 연구했어요. 노래가 7~80년대 레트로 장르이기 때문에 끝 음 처리나 감정선 처리 등을 많이 고민했고,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이번 활동에서 화려한 레트로 콘셉트를 선택한 유빈은 80년대 활약했던 여가수들의 무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콘셉트는 80년대 활동하셨던 김완선 선배님이나 민혜경 선배님 등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안무도 그 때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고요. 손 제스처나 마이크 잡는 법 등의 디테일한 부분도 하나하나 연구해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꾸미려고 노력했어요.”

유빈에게 있어 데뷔부터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원더걸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만큼, 대중이 유빈에게 기대하는 일련의 이미지 역시 원더걸스에서 파생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빈은 첫 솔로 앨범을 통해 원더걸스가 아닌 자신만의 차별화를 시도하고자 했다고 입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원더걸스의 래퍼로 기억해주시잖아요. 거기다 ‘언프리티 랩스타’에도 출연을 했기 때문에 첫 솔로 앨범에서 역시 힙합이나 R&B 같은 걸크러시의 느낌을 기대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전을 드리면서 제가 평소에 즐겨 듣던 레트로 시티팝 장르를 통해 신선함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원더걸스가 했던 레트로 콘셉트를 통한 익숙한 모습도 전달하고자 했죠. 익숙함과 신선함을 모두 추구하고 싶었어요.”
앞서 복고풍 콘셉트를 메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원더걸스인 만큼, 또 한 번 레트로 감성에 도전한 유빈의 선택은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유빈의 본(本)을 상기시켰다.
“저 역시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 레트로를 접했고, 알게됐고, 하게 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은 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로부터 옛날 노래나 외국 가수들, 선배님들의 노래를 많이 찾아보고 듣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티팝이라는 장르도 알게 됐죠.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원더걸스 때의 레트로는 80년대 미국의 팝을 기반으로 한 노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숙녀’는 조금 더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멜로디가 묻어있다는 거예요. 또 ‘숙녀’는 청량함을 담았다는 것도 차별점이에요. 원더걸스가 빨간색에 가깝다면, 이번 솔로앨범은 파란색에 가깝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더걸스로 활동 했을 당시와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던 유빈은 처음으로 홀로서기에 도전하며 그룹 활동 당시보다 부쩍 커 진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멤버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색을 멤버들이 가지고 있어서 서로의 색깔을 배합하는 작업들에 주안점을 뒀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온전히 제 의견만을 반영했고, 회사에서도 많이 존중해주셔서 책임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또 혼자 3분이라는 무대를 채워야 하니까 완벽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연습을 조금 더 철저하게 했었죠.”
‘어릴 때부터 가져왔던 꿈을 처음으로 이루게 해줬던 계기’로 약 10년간 자신에게 크고 작은 추억들을 남겼던 원더걸스를 떠나 본격적으로 혼자만의 비상을 시작한 유빈은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재충전의 시간을 많이 가진 만큼 팬 분들도 많이 기다리셨으니까 최대한 빨리 다음 앨범을 작업해서 나올 예정이에요. 또 TV 등 매체를 통해서도 자주 모습을 보이고 기다리신 만큼 더 많이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음이 더 기대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한 유빈은 자신의 지향점인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를 목표로 두 번째 마라톤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댄스, 시티팝, EDM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엄정화 선배님이나 이효리 선배님처럼 늘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저 역시 끊임없이 도전하고 귀감이 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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