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 결렬 시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주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 후속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비용이 많이 들고 선의의 대화를 하는데 악영향을 주고 도발적이기 때문에 협상 중 전쟁게임(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내가 했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게임이 북한의 용어라는 주장에 반박하고,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군사행동을 중지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비핵화협상은 수백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건데도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가 승리하는 것보다 이 역사적인 협상이 실패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고 비판론자들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북한과의 비핵화 담판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송받고 축하받고 있다. 그들은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면서 자찬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도 훈련중단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6ㆍ12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구체적 성과로 연결 짓기 위한 고위급 후속 협상이 이번 주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후속 협상은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따라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서게 된다. 북한 측에서도 지금까지 대화채널 최전선에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설 것이 유력하지만, 교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리용호 외무상이 전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다. 미국은 체제보장을 위한 첫 조치로 여론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결정한 만큼 북한 측에 상당한 수준의 초기 비핵화 조치 수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에서는 북한이 협상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첫 후속 협상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핵화 대상과 사찰 범위ㆍ사찰 주체, 사찰 시기 등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유예,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 등 북한이 취한 조치를 거론하며 미국 측에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 즉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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