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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기업ㆍ시민단체 “착한 DNA 전파하자” 의인 찾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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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기업ㆍ시민단체 “착한 DNA 전파하자” 의인 찾기 나서

입력
2018.06.23 09: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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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의인상 4년간 77명 선정

에쓰오일도 18명에 상금 전달

소방청ㆍ해경도 의인상 만들어

참여연대는 비윤리 행위 알린

공익제보자들 대상으로 선정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의인들의 활약상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 준다. ‘얼굴 없는 천사’가 여전히 많고, 정작 많은 의인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정부, 공공기관, 기업, 시민사회단체(NGO)까지 의인상을 만들고 있다. 희생의 숭고함을 기리는 동시에 착한 유전자(DNA)가 사회 곳곳에 전파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찰, 해양경찰, 군인, 소방관 등부터 일반인까지 그 대상을 최대한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춘천 의암호에 빠진 차 안에 갇힌 여성 운전자를 구한 강원체고 출신 3인방. 이들은 평범한 대학 신입생이지만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구해낸 영웅들이다. 왼쪽부터 최태준, 김지수, 성준용씨. LG는 이들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춘천=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지난해 11월 춘천 의암호에 빠진 차 안에 갇힌 여성 운전자를 구한 강원체고 출신 3인방. 이들은 평범한 대학 신입생이지만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구해낸 영웅들이다. 왼쪽부터 최태준, 김지수, 성준용씨. LG는 이들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춘천=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LG그룹, 4년 동안 77명의 의인 선정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그룹이다. LG는 2015년부터 꾸준히 ‘LG의인상’을 주고 있다.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따랐다.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를 시작으로 2015년 3명, 2016년 25명, 2017년 30명, 올해 들어 현재 19명까지 총 77명이 LG의인으로 선정됐다.

의인상 선정 등을 주관하는 LG복지재단은 언론 모니터링과 외부 추천을 통해 후보자를 찾은 뒤 의인상 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선행 내용, 사회 파장, 대상자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 포상 여부를 결정한다. 상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상급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재단 관계자는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집, 직장, 관할 경찰서로 찾아가 조용하게 상과 상금을 전달한다”라며 “치료 등 급박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지원은 가급적 일주일 안에 빠르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2008년부터 ‘시민영웅’을 뽑아 포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흉기에 찔려 다친 채로 괴한을 쫓아가 제압한 ‘신림동 의인’ 곽경배씨 등 18명에게 상금과 상패를 전달했다.

소방청 ‘119의인상’, 해경 ‘바다의인상’

최근 들어 정부와 공공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의인상을 선정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표창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의인을 선정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상을 만드는 추세다.

지난 2월 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주택 화재 발생 시 신속한 119 신고와 화재 진압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 방지에 기여한 신재하(오른쪽)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지난달 31일 조종묵 소방청장으로부터 119의인상을 받은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주택 화재 발생 시 신속한 119 신고와 화재 진압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 방지에 기여한 신재하(오른쪽)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지난달 31일 조종묵 소방청장으로부터 119의인상을 받은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청은 올해 화재, 구조, 구급 등 재난 현장 활동에서 유공이 인정되는 개인, 단체를 대상으로 ‘119의인상’을 만들었다.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거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보자를 대상으로 소방청 중앙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뽑는다. 올 2월 서울 천호동 단독주택 보일러실에서 불이 난 걸 보고 119에 신고한 뒤 위험을 무릅쓰고 석유통을 제거하고 연탄재와 빗자루를 사용해 진화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신재하(38)씨가 선정됐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해상 조난자를 자발적으로 구조한 인물이나 단체의 공로를 평가하기 위해 ‘올해의 바다 의인상’을 만들었다. 해양 사고 구조 시 민간인의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 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 포상 체계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

전남 진도 앞바다 선박에서 화재를 피해 바다로 뛰어내린 선원 7명을 살린 김국관(당시 47세)씨, 높아진 파도 때문에 육지로 나오지 못한 해녀 3명을 구조한 이상권(당시 51세)씨, 충남 보령 오천항 인근 바다에서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난 어선을 진화하고 바다에 빠진 선원 4명을 건져 낸 대천 민간해양구조대(대장 방춘길) 등이 첫 바다의인으로 선정됐다. 해양경찰청은 상패와 포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고 의인의 선박에 기념 동판을 달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이나 역사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의로운 행동으로 정의를 실현한 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지하철 의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도 의인으로 삼아보자

최순실씨의 비리 사실을 언론에 최초 제보한 정현식(오른쪽)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로부터 2017 의인상 상패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의 비리 사실을 언론에 최초 제보한 정현식(오른쪽)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로부터 2017 의인상 상패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의 의인상은 공익제보자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0년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ㆍ예산 낭비, 기업의 법규 위반ㆍ비윤리 행위를 기관에 신고하거나 언론ㆍ시민단체에 알린 공익제보자를 기리고자 만들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익제보자들은 직장이나 조직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아예 쫓겨나는 경우도 다반사고 각종 소송 등에 시달려야 한다”며 “제보 덕분에 사회 전체가 이익을 얻었지만 정작 그들은 고통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비리 사실을 언론에 처음 알린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가족을 비롯해 7팀이 뽑혔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인 박용석 아이코닉 브랜드 대표는 의인상 제정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인상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최근 지속 가능 경영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꼽히는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평소 사회적 책임 실행에 소홀한 채 상 하나로 이를 만회하려다 보면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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