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간 핫라인 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통 번호를 알려줬다며 수시로 통화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만간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세부 사항을 놓고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개시될 상황에서 정상간 핫라인이 구축되면서 북미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제 그(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직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줬다"면서 "그는 어떤 어려움이든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날’(17일) 계획을 묻는 질문에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도 밝혀 김 위원장과의 통화를 시사했다.
북미간 핫라인 연결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과거 냉전 시대에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미국과 소련이 1963년 핫라인을 구축해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 이는 냉전 당시 오판으로 인한 핵전쟁을 막겠다는 취지였는데, 지난해 10월 북미간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미 의회조사국이 ‘미국의 가능한 대북정책접근’이란 보고서에서 북미간 핫라인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핫라인은 핵 전쟁을 막으려는 냉전 시대의 의미 보다는 북미간 신뢰 구축과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성격이다. 정상회담부터 시작한 톱다운 방식 북미간 협상의 실무 과정에서도 정상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 과정의 시간표로 최소 ‘2년 반’을 제시한 만큼,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속적인 통화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간 핫라인은 이 같은 협상 촉진 기능뿐만 아니라 여론전의 성격도 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정상간 통화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재차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북미간 통화가 이뤄지더라도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안이 논의 되기에는 이른 시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잇단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와 15일 방송된 주례연설 등을 통해 “핵 전쟁 위기를 막고 비핵화 과정을 시작했다”며 6ㆍ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번 합의에 대한 열정을 보이면서도 공화당이 더욱 열렬한 지지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해 불만도 표시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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