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방송 제작자들이 ‘방구석’을 떠나고 있다. 인기 유튜버, 아프리카TV BJ 등이 활동 무대를 지상파 방송사로 넓히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화된 전문 지식과 독특한 기획력이 이들의 무기다. 온라인 방송으로 쌓은 입담을 발휘하며 주류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 방송 아프리카TV의 BJ 감스트(본명 김인직)는 MBC의 ‘2018 러시아 월드컵’ 홍보대사 겸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발탁돼 활동 중이다. 감스트는 자신의 온라인 방송 계정에서 MBC의 경기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진행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하위 문화’로 여겨지던 온라인 방송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다.
감스트는 6일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저를 못마땅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1020세대들이 ‘감스트 형 때문에 MBC 봐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영상을 제작하는 이사배는 MBC 예능 ‘라디오스타’, 온스타일 예능 ‘겟잇뷰티’ 등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달 디지털 싱글앨범을 내 가수로도 변신했다. 온라인 방송 제작자가 고정 출연하는 TV 방송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다음달 7일 방송되는 JTBC 예능 ‘랜선라이프’는 온라인 방송 제작자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내용으로, BJ 대도서관, 밴쯔 등이 출연한다.
이 같은 현상은 치열한 채널 경쟁을 벌이는 방송사가 신선한 인물을 발굴해 시청률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방송사는 온라인 방송에 뺏긴 1020세대 시청자를 끌어오고, 온라인 방송 진행자는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온라인 방송 제작자는 TV 방송에 바로 투입 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이 있고, 이미 구축한 팬덤도 있어 활용하기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자극적 방송’이 몸에 밴 온라인 방송 제작자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스트는 과거 비속어 사용으로 온라인 방송 정지 중계를 받은 적 있어 지상파 진출을 두고 시비가 일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온라인 방송 제작자를 끌어오려는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캐스팅하면 안 되고, 최소한의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v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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