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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학온 지 10년 만에 국립오페라단 주역 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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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학온 지 10년 만에 국립오페라단 주역 맡았어요”

입력
2018.06.17 16:51
수정
2018.06.17 19:3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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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파 바리톤 김종표 ‘유쾌한 미망인’ 다닐로 역할 뛰어난 연기력ㆍ목소리 기대
순수 국내파 바리톤인 김종표는 뛰어난 연기력과 목소리로 주목 받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주역 다닐로를 맡은 그는 "유학 여부에 관계 없이 역할을 준 국립오페라단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주성 기자
순수 국내파 바리톤인 김종표는 뛰어난 연기력과 목소리로 주목 받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주역 다닐로를 맡은 그는 "유학 여부에 관계 없이 역할을 준 국립오페라단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주성 기자

“제게 오페라 가수의 꿈을 다시 꾸게 만들어 준 작품의 주역으로 서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자랑스러운 다닐로가 되려 모든 걸 쏟아 붓고 있어요.”

바리톤 김종표(42)는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에서 첫 주역을 맡은 소감을 풀어놓았다. 누가 들어도 목소리 좋은 성악가임을 알 수 있는 저음의 목소리로. 그는 바리톤이 주역을 맡는 몇 안 되는 작품인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주인공 다닐로 역을 맡아 무대에 선다. 그는 “서울 유학 10년 만의 국립오페라단 주역 데뷔”라며 웃었다.

김종표는 국내에서만 공부한 순수 국내파 성악가다. 부산 경성대에서 학사를 마치고 울산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다. 2005년 ‘유쾌한 미망인’에서 다닐로가 부르는 노래를 불러 본 뒤 ‘서울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오페라를 더 배워보고 싶어서 ‘설마 될까’하고 응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에 합격했어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는 일이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내가 함께 서울로 가자고 했죠.”

서울 유학도 해외 유학 못지 않게 쉽지 않았다. 첫째 아들을 포함한 세 식구가 13평 반지하 방에 둥지를 틀었다. 교회와 결혼식장 등에서 노래하며 한 달에 85만원을 벌어 생활비로 썼다. 학교 졸업 후에는 상금을 노리고 콩쿠르만 6,7곳을 나간 적도 있다.

이렇게 쌓은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김종표가 서는 무대의 크기가 조금씩 커졌고, 결국‘유쾌한 미망인’ 주역을 맡게 됐다. ‘유쾌한 미망인’은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오페레타로, 폴로네즈, 왈츠 등의 춤곡과 우아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화려한 작품이다. 가상의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에서 파리로 이주한 은행가의 미망인 한나의 재혼을 방해하는 해프닝을 그렸다. 다닐로는 한나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상처로 안고 한량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김종표는 “오페라는 음악 안에서 연기를 하는데, 오페레타는 대사가 많아 연기력이 더 필요하다”며 “독일어로 노래가 아닌 대사를 하는 건 처음이어서 미세한 뉘앙스 차이를 표현하려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휘를 맡은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인 토마스 뢰스너는 김종표를 두고 “발음이 정확하고 표현을 잘 살릴 뿐만 아니라 소리도 너무 좋은 바리톤”이라며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범위가 넓은 바리톤으로 한국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실력”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 소프라노 임선혜는 지난해 엠넷 프로그램 ‘더 마스터’에서 김종표에게 듀엣을 제안했다. 김종표의 노래를 우연히 들은 뒤였다. 많은 이들이 김종표의 실력을 눈 여겨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종표는 “지금까지는 꾼 꿈이 다 이뤄졌으니 앞으로 계속 꿈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바리톤의 전성기는 40대부터라고 하잖아요. 주역이든 조연이든 저에게 맡는 역할이라면 어떤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해외 무대에도 서고 싶고요. 그러려면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겠죠(웃음).”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은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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