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보험사에서 보험가입을 권하는 전화를 받을 때면 언짢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디선가 본인도 모르게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돼 금융사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이 갑자기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아무리 영업이라 해도 문제”라고 말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의 이 같은 묻지마 전화영업 방식에 제동이 걸린다.
17일 금융감독원의 ‘보험사 전화영업(TM채널) 판매관행 개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는 9월1일부터 보험사가 고객에게 전화로 보험가입을 권할 땐 상품설명에 앞서 어떻게 개인정보를 취득했는지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예컨대 ‘2018년 3월 ○○마트 경품이벤트에서 마케팅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 활용에 동의해 해당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정보를 취득했다’는 식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오는 12월부턴 보험사가 저축성보험이나 변액보험처럼 상품 내용이 복잡한 상품을 전화로 팔 땐 상품 권유 전 우편이나 이메일 등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요약자료를 미리 제공해야 한다. ‘듣기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면서 듣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전화 영업에 응하더라도 이전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방에’, ‘무조건 보장’ 등과 같은 과장된 표현에 혹할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앞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과장된 표현은 스스로 걸러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65세 고령자는 전화로 보험에 가입한 경우 계약 후 45일 안엔 계약을 무를 수 있다. 청약철회기간이 30일에서 보름 더 늘었다. 고령자가 이러한 권리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전화로 보험에 가입한 전 과정을 녹취한 사실과 이를 확인하는 방법도 앞으로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3회 이상 안내해야 한다. 지금은 고객이 서면으로 딱 한 번만 안내 받아, 경우에 따라선 가입 과정이 녹취된 사실을 모르는 고객도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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