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두 번째 공립미술관인 부산현대미술관이 이달 15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문을 열었다. 부지 2만9,900㎡(약 9000평), 연면적 1만5,312㎡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사업비 430억원이 들었다. 낙동강 하구의 유명한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천연기념물 제179호) 갈대밭의 장소적 특징을 살려 자연과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실험적 전시를 선보인다.
독립 큐레이터 출신인 김성연 관장은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미술에 특화된 미술관으로, 화이트 큐브의 전통적 전시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예술 작품을 수용할 계획”이라며 “자연과 뉴미디어, 인간을 중심으로 미술관의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전망하는 전시들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전에서는 '수직 정원'을 정원 예술의 한 분야로 정착시킨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의 대규모 설치 작업 '수직정원: Vertical Garden'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블랑은 정원은 땅 위에 수평으로 펼쳐진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흙이 없는 수직 콘크리트 벽 위에 에어 플랜트를 이용한 '수직 정원'을 창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죽절초, 삼백초 등 국내 자생 175종의 식물을 외벽에 심었다.
류소영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이 생물의 다양성을 지키는 귀중한 보호소가 될 것”이라며 “예술의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어 동시대 미술의 이해와 공감 폭을 넓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1층과 로비에는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대형 설치와 벽면 패턴 작품 '토비아스 스페이스'가 놓였다.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독일 작가 중 한 명인 레베르거는 우연적이고 예기치 않은 만남과 연결로 생길 수 있는 구조 설계와 건축 분야를 탐구하는 작가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카페테리아의 조각 설치로 최고 작가상인 황금 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 ‘토비아스 스페이스’는 거대한 주황색 상자로, 관람객들은 상자 안으로 들어 가 봄으로써 작품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수직정원'과 '토비아스 스페이스'는 부산현대미술관에 영구 설치된다.
지하 전시실에는 '미래를 걷는 사람들'을 주제로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대만의 첸 치에젠, 강태훈 등 아시아 작가 5명(팀)이 참여해 영상, 설치, 사진 등 10여점을 선보인다. 치에젠 작가의 ‘잔향의 세계’는 4채널 비디오에서 일제 식민 시기 대만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됐던 낙생요양원의 과거부터 현재를 다뤘다.
이 밖에도 강애란, 전준호, 정혜련 등 작가 3명의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 전과 스위스 베른 출신 작가 지문(ZIMOUN)의 나무 막대 1,400개를 이용한 대규모 사운드 아트 작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을숙도의 갈대밭을 모티브로 조성된 어린이 예술도서관은 26일 문을 연다. 개관전은 8월 12일까지, 관람료는 무료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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