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끼아(SOKKIA)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브랜드이지만 토목 건축 지적 분야 등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소끼아 측량기는 관련 기업들은 물론이고 대학과 기술고등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측량기의 베스트셀러’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서 만난 이재욱(49) 소끼아코리아 대표이사는 “국내 측량기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 중”이라며 “소끼아 오토레벨(automation level)은 대한민국 기술자 중 안 써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끼아는 1920년 일본에서 출발한 측량기의 명가(名家)다.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설립된 소끼아코리아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소끼아 본사는 2008년 일본 측량기 회사 탑콘(TOPCON)과 통합됐지만 소끼아코리아는 사명을 바꾸지 않으면서 탑콘의 유일한 한국법인이 됐다. 이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소끼아 브랜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소끼아코리아는 기존의 소끼아 측량기 제품 외에 탑콘의 3차원(D) 제품을 함께 취급 한다”고 설명했다.
소끼아코리아는 국내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측량기와 3D 모델링이 가능한 레이저 스캐너,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 중장비 머신 컨트롤(MC) 등 수십 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 중 2010년 국내에 도입한 MMS는 차량에 싣고 이동하면 전방위 카메라와 스캐너가 도로 데이터를 자동으로 확보하는 장비다. 데이터를 가공하면 지도를 도화(圖畫)할 수 있다. 지난해 대전시청이 교통안전시설물 관리시스템 구축에 적용하는 등 국내에서 사용처가 확대 중이다.
MC는 굴삭기에 정밀측량용 GPS 안테나와 센서를 장착해 정확한 좌표를 잡고, 사전에 입력한 토공량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니터에 띄워 한층 효율적이고 빠른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MC는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에서 먼저 사용하다 최근 국내 건설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MMS와 MC는 안전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 대표는 “기술자가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직접 측량을 하거나, 굴삭기 주변에서 도면을 보며 작업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기술력으로 효율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소끼아코리아는 요 몇 년간 전국 26개 대리점을 통해 영업을 하며 연 매출액 120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경쟁사가 없지만 측량기의 특성상 매출이 확 늘지도 않는다. 이 대표는 “측량기 시장은 고객층이 한정적이고 오랜 기술 노하우가 필요해 국내 대기업들은 검토만 하는데 그쳤다”며 “요즘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미우라공업에서 2년 근무한 뒤 1995년 소끼아코리아에 입사했다. 기술영업으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24년간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숱한 파고를 극복했다. 그는 “건설경기가 악화되면 측량장비도 수요도 줄기 때문에 요즘 업계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다”고 전했다.
소끼아코리아는 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소끼아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전문가들이 직접 제품 활용에 대한 발표를 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이 대표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워낙 현명해 정말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시해야 하는 시대”라며 “앞으로도 한 단계 높은 기술과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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