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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오토 웜비어 사망

입력
2018.06.17 13:55
수정
2018.06.17 18:5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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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로 돌아온 웜비어 사망 북한 인권 문제 환기 계기 트럼프 대북정책 전환하면서 인권 문제 공식화할 수 없는 딜레마 북미 관계의 획기적 진전이 북한 인권 문제 개선책 지적도
오토 웜비어가 2016년 2월29일 억류된 상태에서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토 웜비어가 2016년 2월29일 억류된 상태에서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6월 19일 오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당시 22세)가 고향인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같은 달 13일 혼수상태로 송환돼 전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가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둔 것.

2016년 새해를 북한에서 맞기 위해 북한을 여행했던 웜비어는 숙소인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북한 체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1월2일 공항에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반국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고 그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사건경위, 웜비어의 사인과 가혹행위 여부는 미궁이다. 유가족들은 북한 당국의 가혹행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보툴리누스균(식중독)에 중독된 웜비어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도적 치료를 베푼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상모략이라고 맞섰다. 미국 의료진은 웜비어에게서 보툴리누스균은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도 고문ㆍ학대 등 가혹행위의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체포 경위와 관련 웜비어는 체포 이후 북한 당국의 감독 하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된 고향 감리교회와 대학 비밀조직의 지령을 받고 체제선전물을 훔치려 했다고 자백했지만, 양 측은 이를 부인했다.

혼수상태로 고국에 돌아온 건장한 백인청년의 사망의 여파는 컸다. 미국 조야는 강하게 북한을 비난했고,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북한 방문을 금지시켰다. 급기야 북미 관계가 일촉즉발의 대결모드로 변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웜비어를 거론하면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를 초청하는 등 인권문제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웜비어 사망 1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북한 정권의 취약한 고리인 인권 문제를 압박하기 어렵다. 언론은 김 위원장과 인권 문제를 이야기 했느냐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짧게 논의했다. 김정은은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답변을 회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북미회담 성과를 깎아 내리려는 미국 민주당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북한 인권을 연계하는 법안의 입법을 시도하고 나섰다. 웜비어로 촉발된 북한 인권 문제가 미국 국내정치 쟁점으로 부각되는 형국이다. 북한 정권이 전례 없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주민 통제 및 인권 탄압의 빌미로 삼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물꼬를 튼 양국 관계 정상화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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