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46만명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달 7만명까지 추락, 충격을 주고 있다. 전체 실업률과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 건 문재인 정부가 재정ㆍ세제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고용 여건은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증가 폭은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작년 평균 31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 10만4,000명으로 줄어 1년 9개월 만에 10만명대로 주저 앉았다. 이어 3월(11만2,000명)과 4월(12만3,000명)에도 10만명 대를 맴돌더니 결국 지난달엔 10만명 선까지 내줬다. 취업자 증가 폭이 넉 달 연속 20만명 선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9월~2010년2월) 이후 처음이다.
전체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 2000년(4.1%)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15~29세) 실업률도 10.5%를 기록,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든 업종에 일자리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조선ㆍ자동차 등 산업 구조조정 영향 등에 1년 전보다 7만9,000명이나 줄며, 4월(-6만8,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건설업 취업자는 부동산 경기 둔화 등에 4,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5월 증가 폭(16만9,000명)의 40분의 1 수준이다. 교육서비스업(유아교육기관과 초ㆍ중ㆍ고교, 대학원, 학원)에서도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9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도ㆍ소매업 일자리도 5만9,000개, 숙박 및 음식점업종에선 4만3,000개가 줄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도매나 자동차 판매 등의 분야는 제조업 경기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음식ㆍ숙박업의 경우 과당경쟁에 따른 구조조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고용지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통상 전체 취업자수는 15세 이상 인구 추이에 비례한다. ‘15세 이상 인구 증가→경제활동인구(구직활동) 증가→취업자 증가’의 경로를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세 이상 인구는 작년 5월에는 33만1,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했지만, 지난달엔 2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한해 평균 32만5,000명에 달했던 15세 이상 인구 증가폭도 올해 1~5월 평균은 26만명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 요인은 고용지표 부진의 여러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14만6,370명(지난달 15세 이상 인구 증가분 23만8,000명 * 작년 5월 고용률 61.5%)은 돼야 한다는 게 이들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론 7만2,000명만 늘어났다. 금재호 한국기술교대 교수는 “정상적인 경기여건이라면 15세 이상 인구가 줄더라도 취업자는 계속 늘어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상승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제조업 전반의 경기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상승 요인이 더해지며 신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지 않은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1.3%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15~19세(지난해 5월 고용률 9.3→올해 5월 고용률 7.4%) 20~24세(46.4→43.9%) 60~64세(61.8→60.5%) 연령층의 고용률 감소는 신규채용이 많지 않아 노동수요가 둔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5월 고용동향 내용은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 모두가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 임시직ㆍ일용직, 고령층 그리고 도소매ㆍ숙박 업종을 포함해 계층별ㆍ업종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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