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자존심을 구긴 아시아 국가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저마다 16강 진출을 기대하며 대회 개막을 맞았지만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한 팀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사우디아라비아부터 완패하며 4년을 벼른 명예회복 계획엔 벌써부터 먹구름이 꼈다.
지난 대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본선 진출국 4팀(한국 일본 이란 호주)은 전 경기를 통틀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악몽을 겪었다. 당시 벨기에와 알제리, 러시아 등 비교적 해볼 만한 상대와 같은 조로 묶였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이란 모두 1무2패를 기록했고, 네덜란드 스페인 칠레 등 강호들과 한 조에 편성된 호주는 3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4팀 모두 조 최하위에 머문데다 승점을 다 합해도 3점에 그치면서, 20세기 들어 월드컵 무대 복병으로 여겨졌던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변방’수준으로 재평가됐다.
이번 대회에선 지난 대회 진출국 4팀에 사우디까지 총 5팀이 나섰지만, 어느 팀 하나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사우디는 조편성에서 유럽과 남미대륙 최강 국가들을 피했음에도 15일(한국시간) 0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경기 내내 엉성한 수비조직력을 보이며 0-5으로 완패, 16강 진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7위로 러시아(70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거란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전설 개리 리케너는 개막전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팀들은 끔찍한 수준임이 틀림없다”며 아시아 국가 실력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른 팀 사정도 마찬가지다. 16일 오전 모로코와 첫 경기를 치른 이란은 유럽 강호 포르투갈, 스페인과 대결을 앞두고 있어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오후 7시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 첫 대결을 펼치는 호주는 물론 18일 스웨덴전을 벌일 한국과, 21일 콜롬비아전을 앞둔 일본 모두 첫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16강 진출 전망이 어두워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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