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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시승기] 페라리 488 GTB, 서킷에서 만난 670마력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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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시승기] 페라리 488 GTB, 서킷에서 만난 670마력 페라리

입력
2018.06.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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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488 GTB가 인제스피디움을 가지고 놀았다.
페라리 488 GTB가 인제스피디움을 가지고 놀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입장에서 슈퍼카 브랜드의 시승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슈퍼카를 서킷에서 타는 건 더욱 놓치지 아까운 기회다. 그래서 그럴까? 페라리 488 GTB를 인제스피디움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주저 없이 인제스피디움을 향해 달렸다.

다이내믹한 레이아웃과 리드미컬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인제스피디움에서 페라리의 메인스트림을 담당하는 미드쉽 슈퍼카, 488 GTB는 과연 어떤 결론을 도출시킬 수 있을까?

페라리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라운지

488 GTB의 주행을 위해 인제스피디움을 찾으니 붉은색 컬러와 페라리 엠블럼으로 강조된 페라리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라운지가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이 곳은 지난 4월부터 인제스피디움에 마련되어 운영 중인 이 라운지는 페라리 고객들이 인제스피디움을 찾았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페라리 오너스 클럽 트랙데이 등 소규모 시승 행사를 진행할 때 활용하는 공간이다.

이번 시승은 인제스피디움에서 교육 등을 담당하는 정재순 감독이 인스트럭터로 나서 정재순 감독의 리드에 따라 한 명씩 인제스피디움을 주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기본적인 서킷 교육 및 안전 교육, 그리고 주행 시 주의 사항 등을 전달 받았다.

인제로 가는 길, 이른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주행이 가능할까 걱정이 많았지만 인제스피디움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노면이 조금 젖어 있긴 했지만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햇살에 점점 말라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재순 감독은 “최대한 안전하게 차량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 다운사이징의 절대자

정재순 감독의 리드 아래 코스로 진입을 하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이미 몇 차례 합을 맞췄던 경험이 있던 만큼 정재순 감독은 주행 시작과 함께 페이스카인 GTC4 루쏘T의 RPM을 끌어 올리며 제법 빠른 템포로 주행 페이스를 이끌었다.

시야가 트이는 것과 동시에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고 온 몸에 강렬한 펀치가 쏟아졌다. 최고 출력 670마력과 최대 토크 77.5kg.m를 발산하는 현존 최강의 다운사이징 엔진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정지 상태에서 단 3초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한다는 그 수치 그 이상으로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가속이 인제스피디움을 수놓았다.

수 차례 가속을 하며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도 그 쾌감은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치명적이었다.

특히 인제스피디움의 긴 메인 스트레이트를 질주하는 상황에서 V8 3.9L 터보 엔진은 여느 자연흡기 엔진도 쉽게 넘보지 못하는 8,000RPM 이상의 영역 대까지 엔진을 회전시키며 1번 코너 직전의 내리막 구간까지 488 GTB를 몰아 세운다. 이와 함께 터보 엔진이라는 이유로 비아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메인 스트레이트를 내달릴 때 488 GTB의 계기판은 200km/h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 250km/h를 웃도는 영역까지 치솟으며 그 힘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0>200km/h이 단 8.3초 만에 끝나는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캐빈을 가득 채우는 V8 엔진의 사운드는 페라리 V12의 그 귀곡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풍부한 볼륨감을 뽐내니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압도적인 매력 포인트, F1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

하지만 이러한 짜릿한 주행은 단순히 엔진 하나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페라리 488 GTB의 V8 터보 엔진은 F1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와 호흡을 맞추는데 이 변속기야 말로 488 GTB를 완벽한 존재로 만드는 필수 요소다.

V8 터보 엔진이 분출하는 강력한 출력을 끊고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충격을 ‘0’에 가깝게 다듬는다. F1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압도적인 변속 속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니 그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인제스피디움의 드라마틱한 코너들을 파고들고, 또 코너를 빠져나 오는 상황에서도 488 GTB는 변속으로 인한 충격이나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경우가 없었다. 실제 일부 코너를 파고들고 또 탈출할 때 의식적으로 패들 쉬프트를 당겨 억지로 변속을 해보았는데 488 GTB는 아무런 변속 충격이 없는 듯 매끄럽게 드라이빙 라인을 그리며 다음 코너를 향해 질주했다.

변속 충격조차 제대로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그 충격을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라 외치는 몇몇 브랜드, 그리고 그 모습을 막연히 ‘진리’라 따르는 이들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출력을 압도하는 강력한 제동 성능

인제스피디움은 고저차가 심한 서킷으로 여느 서킷보다 브레이크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페라리 488 GTB 같이 고성능을 뛰어넘는 ‘초고성능’ 차량일수록 브레이크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페라리 488 GTB의 네 바퀴에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덕분에 1번 코너를 앞둔 내리막 구간이든, 급격한 코너 진입을 요구하는 구간이든 언제든 자신 있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는 확신을 준다. 되려 주행을 하면서 차량이 가진 제동력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력을 손쉽게 압도하는 강인한 제동력을 꾸준히 느낄 수 있었다.

작지만 만족스러운 공간

서킷을 질주하는 과정 속에서 솔직히 말해 488 GTB의 실내 공간은 다소 협소한 것이 사실이다. 키가 크고 또 체격이 큰 입장에서는 조금 더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하지만 시트의 고급스러운 질감이나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 스티어링 휠의 촉감이나 패들 쉬프트의 감각 등은 만족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한다.

한편 페라리는 최근 시장이 요구하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계기판에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되어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비롯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조작 방식이나 디스플레이 패널의 크기 등이 아직은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이러한 개선과 변화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페라리를 택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탁월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개입하는 첨단 기술

다시 주행으로 돌아왔다. 주행 페이스가 조금 더 높아지며 이제는 전자 제어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488 GTB는 조금 더 높은 속도로 인제스피디움의 코너를 파고들고, 연속된 코너 구간을 빠르게 휘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계기판은 분명 전자 제어의 개입을 알리는 알림이 깜빡하거리며 운전이 거친 것을 지적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차량이 움찔거리는 등의 개입으로 인한 차량의 미동 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만큼 페라리 488 GTB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첨단의 기술을 섬세하고 매끄럽게, 그리고 또 기민하게 표현하며 운전자의 의지를 100% 반영하려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에 그저 감탄을 하며 지속적으로 주행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오버 페이스, 혹은 충분하지 않은 제동으로 인해 코너 진입이 매끄럽지 못해 균형이 조금 무너졌다. 하지만 488 GTB는 이를 곧바로 다잡으며 아무런 일이 아니라는 듯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슈퍼카 권좌에 오른 이'의 여유를 뽐냈다.

그리고 저 멀리 주행의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왔다.

서킷을 지배하는 존재, 488 GTB

수 랩을 달린 후 헬멧을 벗으니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손 바닥에는 긴장한 듯 땀이 느껴졌다. 488 GTB 역시 열기를 내뿜으며 엔진과 각종 장비를 식히려는 듯 큼직한 소리를 내며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페라리 488 GTB는 강력하고 압도적이었다. 서킷을 즐기는 것이 아닌 서킷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페라리에 열광하는 이유이며 이보다 더욱 강하게 담금질된 페라리 488 피스타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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