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여당의 일방적 압승을 가져다 준 6ㆍ13 지방선거 민심과 관련해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이 지방권력도 거머쥐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승리로 국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일방적 독주는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궤멸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 우려에 대한 답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께서 정부에 큰 힘을 주셨다.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 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 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며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텐데도 믿음을 보내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던 각종 개혁 정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당장 핵심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사법개혁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민 경제나 생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새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라는 방향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고 경제ㆍ일자리 문제에 더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지방선거 승리가 야권의 지리멸렬, 한반도 해빙 분위기 등 ‘외부 변수’에 힘입은 측면도 적지 않은 만큼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는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의석 구조가 근본적으로 여소야대라는 점에 변화가 없다”며 “국민에 약속했던 개혁 과제를 꾸준히 추진하겠지만 국회와 협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남지사에 당선되며 장관급 자리가 비어있고, 청와대에서도 제도개선비서관, 균형발전비서관, 정무비서관 등이 공석이어서 인사 수요는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유럽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1년 동안 개각이 없었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라며 개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지방선거라는 중간평가에서 이미 좋은 성적표를 받은 만큼 큰 폭의 개각은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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