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압박 일변도 자세에서 대화노선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 중 그간 북한과의 대화에 가장 소극적이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거론된 것을 명분 삼아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나선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4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도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2일에도 미국 정부의 복수 경로를 통해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의향이 일본에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면 경제 제재는 풀리겠지만 본격적인 경제 지원을 받고 싶다면 일본과 협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양국 간 수 차례 물밑협상을 벌여왔고, 일본 정부에선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8월 평양을 방문하는 안과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활용해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8월 방북이 어려울 경우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최소 조건으로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 일본 측이 참가하는 등 실효적인 방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도 이날 총리관저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하는 등 북일 대화 추진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납치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날 몽골에서 개막한 국제회의(울란바토르 대화)에서 양국 당국자가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이 자리에서 북한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국제회의에 일본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이, 북한은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소장이 각각 참석했다. 외무성과 별개로 경찰청 출신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 정보관이 이끄는 정보라인을 통해서도 북한과의 물밑협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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