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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가속페달 밟은 미국…신흥국 금융불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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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가속페달 밟은 미국…신흥국 금융불안 공포

입력
2018.06.1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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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연준 올해 들어 2번째 인상 유럽도 올해 말 채권매입 종료 방침 신흥국선 투자 자금 빠져나가 아르헨티나ㆍ브라질 등 통화가치 급락 코스피 1.84%↓…아시아 증시 출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며 긴축 기조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유럽도 2015년부터 시행해온 양적완화(채권 등 자산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를 올해 종료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양대 강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이미 일부 취약국에서 시작된 신흥국 금융불안 사태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0.25%포인트를 인상한지 3개월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미국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린 셈이다.

시장이 금리인상보다 더욱 촉각을 세웠던 연내 금리인상 횟수에 대해서도 연준은 매파(긴축 선호) 색채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날 연준은 새로운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연말 금리 수준 전망치를 표시한 도표)를 제시하며 올해 총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세 차례에서 네 차례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9월과 12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2.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2.7%에서 2.8%로 0.1%포인트 높였고, 이미 ‘완전고용’이란 평가가 나오는 실업률 전망치는 3.6%로 0.2%포인트 더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고무적이고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말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CB는 2015년 초부터 매월 3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를 부양해왔다. 그러나 10월부터는 채권 매입 규모를 월 150억 유로로 줄이고 12월을 마지막으로 매입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들은 정책금리는 현행 ‘제로(0)’ 수준으로 동결하고 현 금리 수준을 내년 여름까지 유지하겠다며 급격한 긴축으로는 선회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저작권 한국일보]한ㆍ미 기준금리 추이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한ㆍ미 기준금리 추이_김경진기자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유럽은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이면서 가뜩이나 위태로운 신흥국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주요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에선 고위험ㆍ고수익을 노리고 채권 및 주식시장에 들어온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부채 상환 압박은 심화된다. 이로 인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 차원의 충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2013년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언급으로 촉발된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에 준하는 사태가 재연되거나, 심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취약 신흥국에선 위기가 진행 중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터키, 브라질 등이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사인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19억 달러(2조500억원)가 빠져나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신흥국 통화위기가 예전(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6월 위기설’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26.26페소로 2%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당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말 대비 39% 떨어진 상황이다. 브라질 대표 증시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도 전일 대비 0.9% 하락했다. 터키 역시 전격적인 정책금리 인상 단행에도 리라화 가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4% 급락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도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35포인트(1.84%) 내린 2,423.48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5.9원 오른 달러당 1,083.1원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1%, 1.25% 하락 마감하며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35포인트(1.84%) 내린 2,423.48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35포인트(1.84%) 내린 2,423.48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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