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그림자’ 노인학대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피해 노인 10명 중 9명이 가정에서 은밀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고, 10명 중 4명은 노인이 노인에게 매 맞는 ‘노(老)ㆍ노(老) 학대’의 피해자였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총 1만3,309건으로 이 가운데 4,622건이 노인학대로 판정됐다. 이는 2013년(3,520건) 학대 판정 사례에 비해 31.3%나 증가한 것이다. 피해노인은 여성(3,460명)이 남성 (1,162명)보다 약 3배 많았고, 전체 피해자 중 24.3%(1,122명)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
지난해 발생한 노인학대 사례 중 89.3%(4,129건)는 가정에서 일어났다. 시설(7.4%)이나 병원(0.6%) 등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학대 가해자도 아들(37.5%), 배우자(24.8%), 딸(8.3%), 며느리(2.6%) 등 가족이 주를 이뤘고,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나 의료인 등 기관 종사자의 비율은 13.8%였다. 가해자들은 주로 비난ㆍ모욕ㆍ위협 등을 통한 정서적 학대(42%)나 물리적 힘을 동원한 신체적 학대(36.4%)를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노인인 노ㆍ노 학대가 전체 학대 사례의 42.9%(2,188건)에 이르는 등 노ㆍ노 부양으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ㆍ노 학대 가해자의 56.7%(1,240명)는 배우자였고, 고령의 노인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 피해자 본인이 방임 가해자가 된 경우도 13.3%(290명)에 달했다.
노인학대 피해가 늘고 있지만 신고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노인ㆍ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등 신고의무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건수는 2013년 645건에서 2017년 635건으로 되레 줄었다. 학대 피해자 본인이 신고한 건수도 같은 기간 842건에서 431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복지부는 낮은 신고율 해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직 직원,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장과 종사자 등도 노인학대 신고 의무자로 확대하고 신고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강민규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노인 학대에 대한 유형별 심층분석을 진행해 올해 하반기에 가정 내 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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