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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12간지 산양,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남아 있대요

입력
2018.06.16 04:40
수정
2018.06.16 09: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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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ㆍ중국ㆍ티베트 등에 4종 인류 탄생보다 이른 200만년 전 그때 모습 변함 없이 살아 남아
12간지 중 8번째 동물인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12간지 중 8번째 동물인 산양. 국립생태원 제공

‘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복슬복슬한 하얀 털에 뿔이 감겨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는 털이 길고 부드러운 면양인데요. 귀여운 얼굴과 온순한 성격으로 동물원이나 목장에선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죠.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온순한 성격이지만 화가 나면 단단한 머리로 들이받으려 하는 위협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털은 털실이나 옷감의 원료로 쓰이는데요. 날씨가 추운 지역에서는 가죽을 이용하여 옷을 만들기도 하고, 지방은 비누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종 동물인 산양은 ‘면양’과는 생김부터 다릅니다. 12간지의 8번째 동물인 양도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면양이 아니라 산양인데요. 산양은 암수 모두 짧고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있으며, 몸의 털은 회갈색이고 일부 흑갈색의 털을 볼 수 있습니다.

산양하면 많은 사람들이 산양우유나 분유를 연상할 것 같은데요. 산양의 생김새도 우유나 케이스에 그려진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산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감을 잡기 어려운데요. 더구나 시중에 판매되는 산양분유는 염소 젖으로 만들어집니다. 산양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사람 입장에서는 제대로 알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산양은 염소와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으나, 턱에는 수염이 없고 염소와는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우리에게 털을 주는 면양의 영어 이름은 ‘sheep’이며, 산양은 ‘long-tailed goral’이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산양우유를 제공하는 염소는 ‘milk goat’로 각각 다릅니다.

# 염소와 비슷하지만 유전적 차이 단단한 발굽으로 바위ㆍ벼랑 타고 흥분하면 발굽 쿵쿵거리며 위협
지난달 23일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새끼 산양이 어미 산양 품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지난달 23일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새끼 산양이 어미 산양 품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가파른 벼랑을 즐기고 화장실도 따로 만드는 산양

산양은 해발 1,000m 이상의 침엽수림과 험한 바위산에서 가파른 벼랑을 타며 활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높고 험한 바위산을 아주 쉽게 다닐 수 있는 이유는 발에 있는데요. 단단한 발굽을 이용해 작은 공간에서도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암벽의 충격을 잘 흡수해 가파르고 위험한 바위산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한 겁니다.

산양이 험한 바위산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맹수들은 가파르고 험한 바위산을 잘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산양은 자연스레 그런 곳을 삶의 터전으로 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귀소성이 강한 동물로 한 지역에서 거의 이동하지 않고 살아가는데요. 그러한 이유로 산양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죠.

산양의 먹이 식물은 매우 다양합니다. 여러 종류의 풀,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열매들, 바위의 이끼 등을 먹습니다. 먹이가 귀한 겨울철에는 나무껍질이나 낙엽, 산죽 잎과 줄기 등도 식량이 됩니다. 먹이활동 시간은 주로 일출과 일몰 직후가 가장 활발하며, 저녁이 되면 바위 벼랑과 같은 안전한 곳에서 잠을 잡니다.

산양은 사람과 비슷하게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살아가는데요. 보통 한 번에 100~300개 정도 검은 콩처럼 생긴 작고 타원형의 똥을 누는데, 화장실은 건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정해 사용합니다.

머리부터 몸통까지의 길이는 85~130㎝, 꼬리길이는 8~20㎝, 몸무게는 30~40㎏ 정도 인데요. 산양은 노루와는 다르게 암수 모두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있죠. 뿔에는 나무에서 볼 수 있는 나이테 같은 링을 볼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링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독 생활을 하거나 2~5마리 정도의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태어나서 3년 정도가 지나면 번식이 가능합니다. 산양의 임신기간은 7개월 정도이며 9~10월까지 교미행동을 보입니다. 이듬해 4~6월에 1, 2마리의 새끼를 낳고 새끼는 약 두 살 정도가 되면 독립을 합니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보통 약 10~15년 정도. 사육 상태에선 약 15~18년으로 조금 더 깁니다. 위협을 받거나 흥분하면 굽을 쿵쿵거리며 위협 행동을 보입니다.

# 현 개체 수 700여마리… 위험 수위 백두대간 서식권 하나로 연결 필요 지난달 생태원선 첫 새끼 산양 탄생
국립생태원은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지난달 23일 에버랜드로부터 두 마리의 수컷 산양을 추가로 들여왔다.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은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지난달 23일 에버랜드로부터 두 마리의 수컷 산양을 추가로 들여왔다. 국립생태원 제공
‘살아있는 화석’ 산양은 멸종위기 동물

산양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는 200만년 전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출현했는데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거의 변함 없기 때문입니다. 산양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동러시아, 중국, 티베트, 히말라야지역 등에 4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울산 반구대암각화에도 뿔이 달린 산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려사에도 그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산양피(山羊皮)를 공물로 진상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되어 있는 산양은 복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그 후로 급격하게 산양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분별한 포획(산양의 모피와 고기, 약재로 사용) 및 산림개발에 의한 서식지 파괴에 있는데요. 1963년 겨울 대폭설로 인해 강원도에서 많은 수의 산양이 포획된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개체수가 줄어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보호되고 있는 거죠.

현재 개체 수는 700~800마리 정도 추정될 뿐 조사 자료가 부족합니다. 다행히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산양증식복원센터와 인제에 위치한 멸종위기 우제류 복원센터,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보호로 점차 그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와서 먹이를 찾기 힘든 산양을 위해 민ㆍ관ㆍ군이 함께 산양 먹이주기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고성, 양구, 화천 등 여러 지역에서 눈이 쌓여 먹이를 찾기 힘든 산양들에게 옥수수와 감자, 건초 등을 먹이로 공급하는 겁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산양을 위해 자연석을 이용한 암벽 동굴을 조성했다.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산양을 위해 자연석을 이용한 암벽 동굴을 조성했다. 국립생태원 제공
탈진, 고립되는 산양 구조와 복원을 위한 노력

산양의 복원은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근친교배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고 백두대간의 산양 서식권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중반까지 월악산 국립공원에 10여 마리의 산양을 방사했는데요. 이렇게 방사된 산양들은 자연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살기가 힘들어진다. 많은 눈이 오면 눈에 고립되기도 하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탈진한 산양들이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여러 기관에 구조되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구조된 산양은 건강을 회복하는 재활ㆍ자연적응 훈련을 거쳐 원래 살던 지역에 재방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산양은 설악산과 양구ㆍ화천, 울진ㆍ삼척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2016~2017년에 걸쳐 암수 두 마리의 산양을 도입했습니다. 2014년생으로 추정되는 암컷 산양은 2015년 설악산에서 구조된 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내다 2016년 4월 국립생태원으로 옮겨졌고요. 2012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태어난 수컷 산양은 2017년 6월에 국립생태원으로 이관되면서 암컷과 수컷이 짝을 이뤘습니다. 도입 초반에는 산양의 쉼터, 암벽 등과 같은 생태습성을 고려한 복지환경이 부족하여 지난해 자연석을 이용한 암벽 동굴을 조성해주었죠. 덕분에 산양의 서식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었고 동물복지와 관람객의 호응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산양은 국내에 700~8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국립생태원 제공
산양은 국내에 700~8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국립생태원 제공

야생과 비슷한 서식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도입 시부터 무인 관찰 카메라를 이용하여 모니터링한 결과 2017년 10월 산양 한 쌍의 짝짓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2018년 5월 23일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암컷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근처 인공 암벽 사이의 작은 굴에서 국립생태원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새끼 산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새끼 산양의 포유 활동 및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으며, 수컷 새끼 산양은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앞으로 산양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 양구, 인제 등 다른 국립공원 내에서 새끼 산양들의 자연 적응훈련을 거친 후 자연으로 방사할 계획입니다.

국립생태원은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을 위하여 지난달 23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보호 중이던 수컷 산양 2마리를 추가적으로 이관 받아 현재 5마리의 산양이 살아가고 있는데요. 국립생태원 사슴생태원에는 2만여㎡의 넓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에 5마리의 산양 이외에도 고라니 24마리, 노루 5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산양들이 다른 종들과 어울려 지내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유관기관과 경북 영양에 개원을 앞두고 있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도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산양의 증식ㆍ복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김정남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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