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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같은, 세기의 천재가 내 부하 직원이라면 어떨까. 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의사만 3,000여명인 병원을 이끌어가야 할 병원장으로서 저자가 품고 있는 고민이다. 그러다 떠올린 곳이 바로 1930~40년대 프린스턴고등연구소다. 노벨상 수상자만 33명, 필즈상 수상자만 38명을 배출했다는 그 곳. 연구소장은 과학 관련 학위나 논문 하나 없었던 에이브러험 플렉스너였다. 그는 어떻게 했을까. 주목할 점은 플렉스너가 대안교육적 기법, 그러니까 ‘무규칙ㆍ무시험ㆍ무성적ㆍ무과제’ 원칙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생계 걱정 없이 흥미 있는 주제에 스스로 빠져 들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정교한 평가 기법, 성과에 걸맞는 보상 같은 걸 설계하느라 돈 쓰고 힘 빼는 요즘 풍토에서 돌아봐야 할 책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그에 알맞은 동기를 부여하는 것, 그게 리더십의 요체다. 우리가 무슨 엄청난 학교도, 연구소도 아닌데 이런 얘기들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천재는 아니어도 스스로 천재라 믿는 직원들은 많다. 자존감의 시대 아니던가.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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