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불패’를 이어가던 강원도의 정치지형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번 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와 진보성향의 민병희 교육감의 3선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의 텃밭에서 두 자릿수 시장ㆍ군수를 배출한 것은 밑바닥 민심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14일 오전 마감한 공식 개표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강원도내 18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했다. 4년 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주시 1곳에서만 당선됐다.
특히 민주당은 23년간 단 한번도 진보진영에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던 춘천시장과 휴전선과 인접한 접경지인 양구ㆍ인제ㆍ고성군수, 폐광지인 태백시장과 정선군수, 속초시장 등 동해안에서도 승리하며 지방권력의 대이동을 알렸다.
“전국적인 상황과 마찬가지로 판문전 선언에 이은 남북관계 변화, 평창올림픽 후광 효과 속에 보수진영의 인물론이 먹혀 들지 못하면서 진보 후보가 도내 전 지역에서 고르게 약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홍성구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접경지 등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수혜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전과는 다른 표심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4년 전 깃발을 꽂은 15곳 가운데 강릉 등 5곳을 지키는데 그쳤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한규호 횡성군수 당선인은 자유한국당 공천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해 수성에 성공했다. 한국당 입장에선 그야말로 참패인 셈이다.
강원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의 권력구도 역시 재편됐다. 이번 선거에서 도의회의 경우 전체 의석 46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35석, 자유한국당이 11석을 각각 차지했다. 4년 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36석, 새정치민주연합 6석, 무소속이 2석을 가져간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지방의회 권력이 여당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3기 최문순 도정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그는 남북 강원도 교류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수당 월 60만원 지급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동안 번번히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강원교육청의 정책 추진도 한층 수월해 질 전망이다.
하지만 여당이 강원도정에 힘을 실어준다는 이유로 7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한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과 ▦정선 중봉 가리왕산 알파인스키 경기장 복구 ▦평창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등 민선 6기에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 사업은 시민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다. 레고랜드의 경우 개장을 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적자가 우려되고,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2011년 7월 산사태로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된 상황.
민선 7기 도정이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빠른 시점에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최 지사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이들 사업에 대한 문제는 도정에 복귀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선거에 이용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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