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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외국 음식 먹어봤니?] 껍데기 타코부터 혓바닥 타코까지, 정통 멕시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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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외국 음식 먹어봤니?] 껍데기 타코부터 혓바닥 타코까지, 정통 멕시코의 맛

입력
2018.06.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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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게레로에서 내놓는 껍데기 타코(왼쪽)와 혀 타코. 잇쎈틱 제공
비야게레로에서 내놓는 껍데기 타코(왼쪽)와 혀 타코. 잇쎈틱 제공

국제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해 기도하고 영혼을 뽑아내듯 소리치며 응원한다. 곧 다가올 월드컵은 우리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 경기를 할까 촉각을 세우며 상대 나라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번 우리나라와 맞붙는 나라 중 멕시코가 있다. 어느 스포츠보다 축구로 잘 알려진 멕시코는 먹을 거리 또한 축구 못지 않게 뛰어나다.

멕시코의 음식, 하면 타코를 빼놓을 수 없다. 타코는 토르티야(tortilla)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무한변신이 가능하다. 토르티야는 연극을 안정적으로 빛내주는 연극무대와 같다. 그 위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문어 등… 배우의 성격에 따라 연극의 묘미가 달라지듯 올라가는 재료들이 타코를 변신시킨다. 최고의 무대를 위해 탄탄한 조연팀이 필요하듯 양파, 라임, 고수는 타코의 맛을 살리는 최고의 지원군이다.

토르티야에는 옥수수 토르티야와 밀가루 토르티야가 있다. 마야문명에서 시작된 풍요로운 농경문화 덕에 멕시코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옥수수를 수확했다. 말린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동그란 모양으로 얇게 부쳐낸 토르티야가 주식이다. 이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는 ‘마사 토르티야(masa tortilla)’라고도 하는데, 마사는 스페인어로 옥수수 가루나 옥수수 반죽을 뜻한다. 마사 토르티야는 찰기가 없어 뚝뚝 끊기는 식감이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지고 밍밍한 맛이 오히려 타코 안의 다른 재료들을 돋보이게 한다. 16세기 시작된 300년간의 스페인 식민지 시대는 음식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스페인에서 들여온 밀 농사를 시작하면서 토르티야를 밀가루로 만들기 시작한 것. 밀가루 토르티야는 마사 토르티야에 비해 부드럽게 찰기가 있으며 쫄깃한 식감으로, 우리나라의 전병같은 느낌이 있다.

엘피노 323의 토르티야를 굽는 모습. 뜨거운 그릴에 살짝 부풀 때까지 굽는다.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의 토르티야를 굽는 모습. 뜨거운 그릴에 살짝 부풀 때까지 굽는다. 잇쎈틱 제공

한국에도 19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 붐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양식문화를 쉽게 접하게 되었고 그 중 멕시코 음식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식탁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껏 우리가 많이 접하는 멕시코 음식은 현지의 정통 방식보다는 미국의 입맛에 따라 변형된 캘리-멕스(Cali-Mex: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일 멕시코 음식)나 텍스-멕스(Tex-Mex: 미국 텍사스 스타일 멕시코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텍스-멕스는 1875년 텍사스와 멕시코의 철도공사가 시작되면서 멕시코 노동자들에 의해 전해졌고 멕시코 이민세대들이 정착하면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 후 이민자의 급증으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한국에서 먹는 멕시코 화이타, 치즈가 뿌려진 나초, 칠리소스 등은 텍스-멕스라고 할 수 있다.

가끔은 ‘진짜인 줄 알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네’ 라고 느끼는 순간 좀 허무해진다. 텍스-멕스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멕시코 정통음식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가 그랬다. 집밥같은 멕시코음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이 두 곳을 추천한다. 할머니의 따뜻한 집밥이 생각나게 하는 엘피노 323과 한국에 거주하는 멕시코사람들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을 정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비야게레로다.

타코에 빠져선 안 되는 라임
엘피노 323의 카르네 아사다 타코. 셰프D가 가장 좋아하는 양념 스테이크 타코다.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의 카르네 아사다 타코. 셰프D가 가장 좋아하는 양념 스테이크 타코다. 잇쎈틱 제공

요리사마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각기 다를 것이다. 그 중 가족이 해 준 맛있는 요리에 영향을 받아 요리를 시작했다면 그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에 있는 엘피노 323의 오너셰프 디 모랄레스(셰프 D)씨는 자라면서 할머니에게서 배웠던 멕시코 음식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난 셰프 D는 어린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멕시코계 이민자 가정으로 입양됐다. 가족을 위해 매일 요리하시는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며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할머니의 음식은 특히 매콤한 게 많아 어린 시절부터 아바네로 고추(habanero: 멕시코산 고추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 기록)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었다. 멕시코에서도 특히 매콤한 양념이 많이 사용되는 치와와(Chihuahua)주에서 태어난 할머니의 음식은 어쩌면 매운 게 당연했다. 셰프 D의 할머님 덕분에 멕시코의 매운 맛이 여기 엘피노 323의 식탁에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2년, 20대 초반에 다시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셰프 D는 집밥이 그리워 ‘멕시코 식당’이라는 간판이 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어봤지만 그가 먹었던 매콤한 멕시코의 맛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릴 적 먹었던 할머니의 맛을 소개하고 싶었다. 팝업 레스토랑을 열자 멕시코 음식을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지하 공간에서 정식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섰다. 멕시코 음식 원래의 맛을 지키려는 고집이 지금의 엘피노 323를 있게 했다. 누구에겐 길거리 음식일 수 있는 타코도 그에게는 하나의 요리로 깐깐하게 재탄생한다.

엘피노 323의 최고 인기메뉴 카르니타스 타코.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의 최고 인기메뉴 카르니타스 타코. 잇쎈틱 제공

매일 아침 만드는 토르티야는 손님 앞에 나오기 전, 따뜻하게 구워져 타코의 풍미를 한층 살려준다. 타코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베이비포크 등 10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카르네 아사다 타코(carne asada taco)는 소고기가 부드럽게 양념되어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셰프D가 가장 즐겨먹는 타코이기도 하다.

라임주스로 양념하여 서서히 익힌 새끼 돼지고기가 들어간 코치니토 피빌 타코(cochinito pibil taco)는 강한 멕시코 맛을 원하는 손님에게 사랑 받는 메뉴다. 원래 멕시코 전통 방식의 코치니토 피빌은 불을 피우는 오븐을 땅속에 들어 바나나잎에 싼 어린 돼지를 통으로 굽는 요리다. 카르니타스(carnitas: 작은 고기조각이란 뜻으로 돼지고기를 돼지기름에 조리하여 작게 자른 모양) 타코는 엘피노 323의 최고 인기메뉴다.

셰프D는 타코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라임을 든다. “라임은 생양파의 매운맛을 살짝 죽여주기 때문에 양파 위에 뿌려 30초 정도 기다린 후에 먹으면, 라임의 상큼함이 야채와 고기에 잘 어우러진 타코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먹은 후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 된다.”

엘피노 323의 치킨 엔칠라다. 엔칠라다와 살사 베르데, 고수, 멕시칸 라이스와 블랙빈이 들어간다.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의 치킨 엔칠라다. 엔칠라다와 살사 베르데, 고수, 멕시칸 라이스와 블랙빈이 들어간다.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은 타코 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그 중 3종류의 엔칠라다를 빼놓을 수 없다. 엔칠라다는 옥수수 토르티야에 소를 넣고 말아 소스를 뿌려먹는 전통음식이다. 치킨 엔칠라다에 올라가는 살사베르데(salsa verde)는 산미가 느껴지는 톡 쏘는 맛이 특징인데 셰프 D가 직접 만들어 멕시코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 브리스킷 엔칠라다(brisket enchillada)는 부드러운 양지머리 부위 소고기가 들어가 멕시코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치킨 엔칠라다(chicken enchilada)와 포크그린칠리 엔칠라다(pork green chile enchilada)는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조금 맵고 짠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이 나오는 라이스와 블랙빈의 고소한 맛이 매운 맛을 중화시켜준다.

혀 타코, 껍데기 타코.. 뭐 먼저 먹을까

골목안쪽에 간판 하나 걸려있지 않는 레스토랑을 보면 왠지 자신감 있어 보이고 신비롭다. 반신반의하며 한번 먹어보고 싶은 도전정신이 불끈 솟아 오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가에 있는 비야게레로는 간판은 없지만 들어가는 순간 “도시인들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야게레로의 살코기 타코(왼쪽)와 초리조 타코. 잇쎈틱 제공
비야게레로의 살코기 타코(왼쪽)와 초리조 타코. 잇쎈틱 제공

한국에서 해운회사에 근무하다 돌연 멕시코로 떠나 9개월 만에 돌아온 이정수 대표는 작은 식당을 오픈하였다. 바로 비야게레로, 타케리아 (taqueria: 타코 전문 레스토랑)이다. 멕시코에서 타코는 길거리 가판대부터 좋은 식당까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음식이다. 이 대표는 실제 멕시코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그들의 삶을 음식으로 한국에 보여주고 싶었다. 식당 주방에서 보수도 없이 일하면서 멕시코 식당을 직접 경험했고, 주말에는 멕시코인 친구 집에서 따뜻한 집밥을 대접 받으며 요리도 배울 수 있었다. 아직도 멕시코에서 그를 도와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수 없다. 이렇듯 멕시코의 생활은 지금의 비야게레로에 그대로 묻어있다. 비야게레로는 이 대표가 생활했던 멕시코의 한 도시 이름이다. 식당에 걸려있는, 비야게레로에서 받은 감사패만으로도 한국에서 그가 만들어낸 맛과 노력이 멕시코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비야게레로의 메뉴는 타케리아답게 5가지 키르니타스(carnitas)의 타코가 전부이다. 살코기, 위(오소리감투), 혀, 껍데기, 초리조.. 우리나라 곱창집을 연상시키는 특수부위 메뉴를 보면 처음엔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소나 돼지의 내장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먹는다고 한다. 이 카르니타스는 멕시코 타케리아에서 사용하는 큰 통나무로 만든 도마, 트롱코(tronco) 위에서 투박하게 툭툭 잘라져 토르티야로 올라간다.

비야게레로의 초리조 타코. 잇쎈틱 제공
비야게레로의 초리조 타코. 잇쎈틱 제공
비야게레로의 트롱코. 전통 멕시코 도마인 트롱코에 껍데기를 놓고 자르는 모습. 잇쎈틱 제공
비야게레로의 트롱코. 전통 멕시코 도마인 트롱코에 껍데기를 놓고 자르는 모습. 잇쎈틱 제공

“뭐 먼저 먹어볼까~?” 고민이 된다면 부드러운 혀타코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혀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질감은 살코기와 거의 흡사하고 촉촉한 고기 식감은 최고이다.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초리조(chorizo) 타코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의 초리조는 멕시코 스타일 초리조다. 한국 사람들 중엔 초리조하면 소시지 모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이는 스페인식 초리조다. 멕시코는 칠리 파우더로 매콤하게 양념된 다진 고기 모양의 초리조를 먹는다. 다른 타코보다 빨간 초리조가 더욱 침샘을 자극한다. 라임을 한 가득 쭉 짜서 상큼함을 더하면 타코는 단 세입이면 내 손에서 사라진다. 쫄깃한 식감을 사랑하는 사람은 껍데기 타코에 도전하자. 콜라겐이 풍부한 돼지껍질을 냄새 없이 이 곳만의 비법으로 양념하여 씹는 식감이 어느 타코보다 뛰어나다. 아마 껍데기 타코를 먹을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비야게레로가 유일할 것이다.

지금 비야게레로는 약 20좌석 정도의 작은 가게이다 이 대표는 조만간 멕시코로 요리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현재는 밀가루 토르티야를 쓰고 있지만 현지에서 즐겨먹는 옥수수 토르티야를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음식은 계속 진화한다. 자연 환경에 의해, 먹는 사람에 의해, 만드는 사람에 의해 변한다. 엘피노 323 셰프 D의 음식에는 할머니의 사랑이, 비야게레로 이정수 대표의 타코에는 낯선 타국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표현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고마운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재탄생한 음식은 그 안에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스토리가 있는 음식에는 먹는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힘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진화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타드 샘플ㆍ박은선 잇쎈틱 공동대표 (@toddsample_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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