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코뿔소에 이어 지상에서 세 번째로 큰 포유류인 하마.
하마는 하루 16시간을 물속에서 지내다가 해가 지면 물가로 나와 식사를 합니다. 하마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풀의 양은 약 45kg에 달하는데요. 아침이 오면 하마는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밤새 먹은 풀을 소화시키고 배설합니다.
이렇게 쌓이는 수백만 톤의 하마 배설물은 아프리카 담수 생태계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배설물 속 유기물질이 다양한 물고기와 수생곤충의 영양분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하마의 배설물이 거꾸로 아프리카 하천과 호수를 오염시켜 수중 생물들을 죽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와 산타바바라대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담수량이 줄어들면서 하마 배설물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현지의 물웅덩이에서 거대하게 쌓인 하마 똥 무더기를 발견했고, 이것이 웅덩이에 과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를 이끈 키넌 스티어스 박사는 “영양분이 넘치는 바람에 물속 산소량이 거의 모든 물고기 종의 치사량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마의 배설물이 계속 쌓이자, 사람과 동물의 주요 식량인 틸라피아를 비롯한 어류들이 폐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담수가 줄어든 원인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벌목인데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물 소비가 많은 농업이 확대되고, 산림 벌채가 늘어난 동시에 강수량까지 감소하면서 아프리카의 물줄기가 말라붙고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효율적인 수자원 및 토양 관리 정책을 도입해 아프리카를 살리고 하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 때문에 ‘하천 오염원’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 하마. 하루빨리 하마의 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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