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의 싹쓸이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재선ㆍ3선 교육감들의 승리로 요약된다. 진보성향 후보들은 17개 시ㆍ도 중 13곳에서 당선한 2014년 지방선거의 대약진 결과와 적어도 같은 수의 당선자를 내 진보정책이 지방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해를 더할수록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특수목적고(특목고)ㆍ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등 공정과 기회 균등을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방 교육권력 접수한 진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4일 1시10분 현재(개표율 55.1%)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경기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남ㆍ북 전남ㆍ북 등 13개 지역에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제주에서는 보수(김광수)ㆍ진보(이석문) 후보가 200표차 안팎의 초접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국 동시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2010년 6명에서 2014년 13명,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도 절대 우세를 보이며 진보세력은 지방 교육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의 압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당 추천을 받지 않아 가뜩이나 교육감 후보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대형 안보 이슈가 정국 현안을 주도하면서 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아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치러졌다. 이런 무관심은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교육감들의 수성(守城)으로 이어졌다. 총 12명의 현직 교육감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적어도 10명 이상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중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대전(설동호)을 제외하면 모두 진보 성향 후보들이다. 전북(김승환)ㆍ강원(민병희) 지역은 현 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 선거와 달리 이념 성향을 놓고 뚜렷한 교육 쟁점이 없었던 것도 현직 교육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4년 전에는 무상급식ㆍ혁신학교 확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공약을 놓고 진보ㆍ보수진영의 입장이 각각 찬반으로 갈리며 분명한 대척점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보수 후보들마저 저마다 무상급식 확대를 공언하는 등 당선 유력 후보 모두가 무상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학교체제ㆍ무상교육 대전환 예고진보진영이 시ㆍ도 교육권력을 꿰찬 6ㆍ13 교육감 선거 결과는 교육정책의 일대 혁신을 예고한다. 무엇보다 학교체제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를 ‘특권 교육’으로 치부하며 폐지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비교적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서울 조희연 후보를 비롯한 진보 성향 후보들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벗어나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학생의 창의성을 높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혁신학교(전국 1,340곳)’ 역시 더 늘어날 것이 명확하다.
최근 교육계의 최대 관심사인 대입정책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게 됐다. 시ㆍ도교육감이 초ㆍ중등 교육과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대학의 학생선발과 대입 전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줄세우기 교육’을 지양하는 진보 교육감들은 대체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전형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등 학교민주화 ▦성평등 교육 강화 ▦미세먼지ㆍ석면으로부터 안전 확보 등의 정책을 지지하는 만큼 교육에 ‘공공성’을 입히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포퓰리즘 비판과 실현 가능성을 떠나 무상교육 정책은 대세로 자리잡을 게 확실하다. ‘초ㆍ중ㆍ고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조희연)’ ‘유ㆍ초ㆍ중ㆍ고 무상교육 전면 실시(인천 도성훈)’ 등 진보 후보들은 ‘공짜 정책’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6개 시ㆍ도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이 달라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의 예산책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지난 선거와 달리 올해 선거는 대다수 지역의 성향이 일치해 정책 공조가 수월해진 점도 무상정책에 가속페달을 달아줄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나타난 평화ㆍ통일교육 흐름 역시 두드러질 전망이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과 우호적 여론이 조성된 덕분이다. 도성훈 후보(인천)와 민병희 후보(강원)는 북한 접경지역 특성을 감안해 각각 강화도-개성 고려 역사ㆍ강원도 관동 8경 수학여행 공약을 발표했고, 충청권 진보 후보들은 남북교원ㆍ학생 교류 등의 내용을 담은 평화ㆍ통일 교육 공동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교육 민심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엔 무리인 측면도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후보 정보가 부족해 교육감 선택을 공약과 연계하기보다 전체적인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외고ㆍ자사고 폐지 및 혁신학교 확대는 찬성하는 교육 수요자만큼이나 수월성 교육 필요성과 학력저하를 이유로 거부하는 관점 역시 존재한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지지율이 주요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30%에 그치는 점만 봐도 그렇다. 진보 교육감들이 승리에 도취돼 공약을 강행할 경우 만만치 않은 역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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