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수가 풍년입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세수입은 119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조원이나 더 걷혔습니다. 정부가 1년간 걷으려고 계획한 목표액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44.5%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2.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국고가 불어납니다. 가계로 따지면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문제는 세금이 많이 걷힌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초과세수 규모가 클수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GDP 성장률은 {(올해 실질 GDP-지난해 실질 GDP)÷지난해 실질 GDP}×100으로 계산합니다. 성장률이 플러스가 되려면 당연히 올해 실질 GDP가 작년 실질 GDP보다 커야 합니다.
그런데 실질 GDP는 소비(C)와 투자(I), 정부지출(G), 수출(Ex) 등을 더한 값에서 걷힌 세금(T)과 수입(Im)을 빼 계산합니다. 수학적으로 쓰면 ‘GDP=C+I+G+Ex-T-Im’이 됩니다. 초과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GDP를 계산할 때 마이너스 요인인 T가 커지는 것이어서 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경기가 좋아져 소비와 투자가 늘고 수출도 호황을 이어간다면 성장률도 높아집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로 경기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는 올해 3%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2.9%,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원은 2.8% 이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초과 세수를 정부지출(G)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내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뿐입니다. 실제로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추가 슈퍼추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기재부는 지난달 3조8,000억원 규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또 다시 연내 추경 얘기가 나오는 게 당혹스럽습니다. 4년 연속 추경 편성도 모자라 한 해에 두 번 이나 추경을 할 경우 ‘세수 예측 실패’와 ‘본예산 무력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 전망대로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면 금상첨화겠지만, 가시적인 회복세는 보이지 않는데 국고만 계속 쌓이면 추경 얘기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재부는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혀 정부지출로 돌리는 특단의 대책을 쓰기보다 적당한 속도로 세금이 들어오길 더 바랍니다. 세수 풍년이 걱정인 이유입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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