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거대 통신기업 AT&T의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인수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리처드 리언 판사는 미 법무부가 AT&T의 타임워너 인수전 입찰을 막아달라고 청구한 소송을 기각했다. 리언 판사는 ‘두 회사 합병으로 소비자 선택 폭이 줄고, TV와 인터넷 서비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법무부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AT&T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20일 이전에 합병을 완료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임워너는 24시간 뉴스채널인 CNN 뿐 아니라 ‘왕좌의 게임’ 등 인기 드라마로 잘 알려진 케이블TV HBO, ‘배트맨’ 등의 영화를 만든 워너브러더스를 보유하고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회사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내면 유사한 합병이 잇따라 미국 통신ㆍ미디어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CNN은 “AT&T와 타임워너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다음 차례는 컴캐스트의 21세기 폭스 인수”라고 보도했다.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려는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배급사인 컴캐스트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AT&T는 2016년 10월 타임워너를 859억달러(91조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했지만, 법무부가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발목을 잡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인수합병이 험난한 길을 걷게 된 건 타임워너가 소유한 CNN방송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가 소송 제기 전 CNN을 매각하면 인수합병을 승인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반대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인수합병을 막겠다고 공언했었다.
한편 이전부터도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쟁업체 간 인수합병이 아닌 ‘수직적 합병’인만큼 애당초 독점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WP는 “타임워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고, AT&T는 콘텐츠를 배포하는 회사”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수평적 합병이 엄격한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수직적 합병은 진행에 거의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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