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3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장 반응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집중 근무제 도입, PC 강제 셧다운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각종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당장 다음 달은 아니더라도, 수년 내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될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1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2016년 발표한 중소기업 현황에 따르면 당장 다음 달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종업원 수 300인 이상’ 중소기업은 2,269곳으로, 전체 중소기업 354만5,473곳의 0.06%에 불과하다. 1년 반 후인 2020년 1월부터 근무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종업원 수 50인 이상’ 중소기업도 전체의 0.79%에 불과하다. 99% 이상의 대다수 중소기업은 ‘종업원 수 50인 미만’으로 3년 후인 2021년 7월부터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 된다. 종사자 수 현황에 따른 중소기업 통계는 2014년에 조사됐지만 현재와 큰 변동이 없다는 게 중기중앙회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 달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대기업과 다르게 대다수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서울 구로디지털 단지에 있는 IT 관련 중소기업 대표는 “직원들 월급 제대로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데 3년 후 도입되는 제도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솔직히 3년 후까지 기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제법 규모가 큰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도 비슷하다. 경남 창원시에서 금속 가공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회사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이어서 아직 도입 안 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살펴볼 겨를이 없다”며 “다만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0년 1월에 근로시간 단축 문제까지 겹친다면 공장문을 닫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의 대형 중소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가이드라인도 회식과 접대 등 주로 대기업 근무 환경 위주로 작성돼 있어, 중소기업 현실은 제대로 반영 못 해 더 답답해한다.
종업원 수가 300인이 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공장을 돌리냐 못 돌리냐는 생존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회식이나 워크숍을 근무로 볼지 고민하는 대기업과 놓인 상황이 다르다”며 “특별 대책이 없다면 2, 3년 후 300인 미만 소규모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면 대부분 큰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지금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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