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일인 13일 서울시내 곳곳에 위치한 투표소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저마다 소신이 담긴 한 표를 행사하려는 모습은 같았지만, 연령대별 ’투표 철학’은 조금씩 갈리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50~60대는 동네 현안에 대한 처리 능력과 의지를, 20~30대는 ‘투표 경험은 적지만 아무나 뽑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후보 자질부터 공약 실천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투표에 나선 경향이 뚜렷했다.
종로구 가회동 투표소엔 오전 8시까지 약 300명 안팎의 북촌한옥마을 및 인근 주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 주민 상당수는 나란히 3선에 도전하는 여권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 들며 “동네 현안 대응 의지를 보고 투표했다”고 했다. 주민들이 한옥 형태 주거지에 최근 몇 년 새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등 불편을 겪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응은커녕 제대로 된 의견청취조차 않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오전 7시쯤 투표를 마친 이모(60)씨는 “최근 5,6년 새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돼 주민들 일상이 사라져가고 있음에도, 서울시와 종로구는 주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할 생각”이라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함께 치렀다는 직장인 정모(56)씨는 “아무래도 중산층·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그에 걸맞은 정책을 내세운 정당과 후보에 투표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층은 대체로 ‘정당보다 인물’이란 분위기다. 가회동에 사는 직장인 엄모(35)씨는 “주말에 관광버스로 도로가 꽉 막히는 등 불편이 크긴 마찬가지지만, 지자체장이 우리 동네 현안만 살필 순 없는 노릇”이라면서 “인터넷과 홍보물을 통해 후보별 전과기록이나 공약의 실현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 투표했다”고 했다. 대학생들도 후보의 정당이나 인지도보다 도덕적 자질과 정치철학 등을 먼저 살피는 모습이다. 오전 8시30분쯤 서대문구 신촌동 투표소를 나선 대학생 김정호(20)씨는 “대학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 곳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신중한 투표를 위해 공보물 등을 모두 챙겨봤다”며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대표자가 뽑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대학생 김태환(25)씨도 “가족들과 누굴 뽑을지에 토론까지 했다”면서 “투표를 해야 정치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오늘 중 꼭 투표할 것을 권유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손영하 가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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