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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백악관 가고, 트럼프는 평양 가고

입력
2018.06.12 19: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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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 상대국 방문 합의 다음달 27일 종전협정 체결일에 판문점서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면서 벌써부터 후속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미 워싱턴과 평양을 오가기로 포괄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체제 구축 논의의 진전 여부가 관건일 텐데 정전협정 체결일인 내달 27일 판문점에서 종전선언 이벤트를 가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출국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악관 초청을 수락했으며 적절할 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김 위원장과 공동성명에 서명한 직후에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느냐는 질문에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 번 다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세기의 만남’을 가진 만큼 후속 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약속한데다 두 정상이 직접 상대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과 구체적인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할 수도 있다. 내달 정전협정 체결일과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엔 총회 등 상징적인 일정도 예정돼 있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관련 논의에 진전이 없거나 또 다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에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일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그에 걸맞은 북한 고위급 인사’ 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상이 평양과 워싱턴 중 어디에서 먼저 만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당초 이번 ‘세기의 담판’ 장소로 평양을 제안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선(先)방북을 원할 공산이 크다. 이에 비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 전까지 비핵화에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평양보다는 워싱턴을 선호할 수 있다. 상징적인 일정이 예정돼 있는 판문점이나 뉴욕 등 제3지대에서 한번 더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 점에서 특히 한달 보름 후인 정전협정 체결일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남ㆍ북ㆍ미 3자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게다가 종전선언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도 크다. 한 외교소식통은 “내달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체제 전환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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