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여름, 그 화룡점정은 루프톱이다. 홍콩은 비슷한 규모의 도시 중 가장 많은 루프톱 수영장을 품고 있다. 호텔 수영장은 격조 있고 우아하게 휴식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선의 답이다. 수평선과 맞닿은 인피니티 풀, 초고층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유영하는 즐거움은 더없이 귀한 경험이다.
수영장에서 시원한 낮을 보냈다면 뜨겁고 찬란한 밤을 맞을 차례다. 홍콩의 나이트 라이프는 화려하고 개방적이다. 란콰이퐁 같이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바와 클럽, 라운지가 즐비하다. 최근에는 분위기와 서비스가 완벽한 호텔의 루프톱 라운지가 주목받고 있다. 몽환적인 야경 속에 칵테일과 샴페인 잔을 드는 순간, 도시인이 꿈꾸던 가장 이상적인 휴가가 완성된다. 홍콩을 대표하는 호텔 수영장과 루프톱 바를 소개한다.
▦리츠칼튼(Ritz carlton) 수영장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국제상업센터(ICC)에 자리 잡은 리츠칼튼 호텔은 ‘호캉스족’이라면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올리는 곳이다. 무려 118층, 구름을 아래 두고 수영을 한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호사스러움’의 진정한 의미를 체득하게 된다. 곳곳에 카바나(원두막 형 그늘막)와 선베드가 있는데 특히 창가에 호젓하게 둔 선베드에 앉으면 빅토리아하버의 파노라마 전망이 아득히 펼쳐진다. 천정은 통으로 거울을 설치했다. 제 모습을 보면서 배영을 하면 꿈결을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자쿠지(기포 욕조)는 각각 온도가 다른 3개가 있다. 2개는 실내에, 다른 하나는 실외에 있다. 실외 자쿠지 옆에는 선베드가 도열해 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감상하는 바다 풍광이 아름답다.
▦케리호텔(Kerry hotel) 수영장
구룡항 해변에 위치한 케리호텔은 지난해 문을 연 반짝반짝 신생 호텔이다. 샹그릴라에서 운영하는 5성급 호텔로 바, 레스토랑, 바다가 보이는 객실을 갖췄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기로 정평이 났다. 수영장만 보고 호텔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호텔 4층 야외 풀에서 바다건너 홍콩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인피티니 풀에 몸을 담그면 시선이 수평선에 닿아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도심의 열기와 대비되는 수영장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기는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선베드와 쉴만한 소파가 많이 배치된 것도 장점, 특히 아래층에 바다를 향해 도열한 선베드는 몽롱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호텔에서 수영장으로 들어서는 길도 맑고 곱다. 잠깐이지만 잘 정비된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온전한 휴식에 이만한 곳이 없다. .
▦하버그랜드호텔 구룡(Harbour Grand) 수영장하버그랜드호텔은 홍콩 노스포인트와 구룡 5곳에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구룡에 있는 호텔 수영장은 영화 ‘도둑들’ 끝 장면의 배경이다. 덕분에 ‘전지현 수영장’이라고 불리며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수영장 위치는 호텔 21층,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보며 실외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시간대별로 다르게 아름답다. 기포가 나오는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풀사이드바에서 칵테일과 간단한 스낵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선베드에 누워 시시각각 변주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통유리로 된 풀도 이색적이다. 작은 아쿠아리움을 연상케 하는데, 숨겨둔 수영 실력을 뽐내고 싶다면 이만한 무대가 없겠다.
▦오존(Ozone) 바
리츠칼튼호텔 118층,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바다. 최상급 호텔에 걸맞은 화려한 인테리어는 기본, 음료와 메뉴 역시 모자람을 찾기 어렵다. 이곳 칵테일은 미국과 유럽의 기본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홍콩의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칵테일이 많다. 대표 칵테일은 23년산 자카파럼을 베이스로 만든 ‘HK스카이라인’이다. 유리관에 연기를 가득 채우고 매캐한 훈연 향을 더한 칵테일의 가격은 340홍콩달러(HKD, 약 4만6,600원)다. 허세를 조금 더 부리고 싶다면 빈티지 샴페인을 시키고,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면 맥주나 소프트 드링크를 주문하면 된다. 술을 못 마시는 이들을 위한 목테일(무알코올 칵테일), 식사를 겸하고 싶은 손님을 위한 단품 메뉴도 있다. 야외 데크 공간에선 홍콩항의 야경을 18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항상 붐빈다. 평일은 오후 5시, 토요일은 오후 3시부터 영업한다.
▦슈가(Sugar-barㆍdeckㆍlounge)
슈가는 이스트호텔 32층 꼭대기에 있는 바+덱+라운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지난 5월 바와 라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홍콩섬 서북쪽 끝자락 타이쿠(taikoo)에 위치한 이스트호텔은 개성 넘치는 호텔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슈가는 감각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와 고급 가구로 꾸민 라운지도 좋지만, 덱에 나가 즐기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홍콩섬과 구룡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센트럴이나 침사추이에서 보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전망에 취해 끼니를 놓친 여행자를 위해 햄버거나 피자 등의 메뉴가 준비돼 있고, 칵테일의 수준과 와인 리스트도 기대 이상이다. 타이쿠는 젊고 부유한 외국인 사업가, 서구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다소 멀게 느낄 수 있지만 센트럴에서 지하철(MTR)로 연결돼 접근성은 뛰어난 편이다. 오후 5시(일요일은 12시)부터 영업한다. 가격은 칵테일 100HKD, 음식 120HKD, 디저트 65HKD부터다.
▦레드슈가(Red sugar)레드슈가는 케리호텔 7층 루프톱에 있는 바&라운지다. 건물의 돌출된 부분에 위치해 입체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오크 통에서 숙성한 칵테일과 수제맥주, 와인도 갖췄다. 호텔 라운지답게 고급스런 분위기는 기본이고, 클래식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인테리어가 감각적이다. 술을 겸한 간단한 저녁 식사도 가능하다. 오후 6시가 넘으면 11세 미만 어린이는 출입을 제한한다. 주중에는 오후 4시, 금ㆍ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영업한다. 칵테일 가격은 88HKD부터다.
▦핑퐁129 진토네리아(Pingpong 129 Gintoneria)
성완에서 케네디타운까지 지하철이 뚫리면서 사이잉푼(Sai Ying Pun)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 멋진 바와 숍이 숨어 있어 매력적이다. 핑퐁 바도 사이잉푼에 둥지를 틀었다. 탁구장으로 쓰던 공간을 스페인 출신의 바텐더가 멋진 바로 개조했다. 진(gin)을 베이스로 한 160여종의 칵테일, 와인, 맥주를 스페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탁구장 인테리어에 간략한 터치만 더한 내부 공간이 매력적이다. 온통 붉은빛이 일렁거려 몽환적이고 섹시하다. 취기에 더없이 알맞다. 오후 6시부터 11시30분까지 영업한다. 가격은 진 110HKD, 칵테일140HKD부터이며, 음식은 58~138HKD다.
▦미세스파운드(Mrs. Pound)
미세스파운드는 성완에서 유명한 스피크이지바(Speakeasy Bar)다. 도장가게 안에 숨은 바의 스토리는 이렇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로 추앙받던 ‘미세스 파운드’는 자유연애를 즐기다가 친절한 ‘미스터 핑’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자취를 감췄단다. 미스터 핑은 그가 가장 좋아하던 도장가게를 미세스 파운드에게 비밀의 공간으로 마련해 주었는데, 그 공간이 그녀의 이름을 딴 바로 거듭났다. 부럽고 아름다운 스토리다. 바 카운터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서는 안쪽 자리가 좋다. 녹청색 벨벳 의자 위로 영롱하게 빛나는 네온 사인이 아늑하고 몽환적이다. 공간은 1950년대 느낌이지만 메뉴 구성과 음악은 모던하고 세련됐다. 보드카와 똠얌을 넣은 파운즈마리(pound’s mary)진 등 개성 넘치는 칵테일 외에 목테일과 스무디, 와인, 맥주를 다양한 안주와 판매한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며 칵테일은 110HKD, 목테일은 65HKD부터다.
홍콩에도 이런 해변이? 리펄스베이와 디스커버리베이홍콩 도심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는 유럽의 호젓한 마을에 발들인 듯한 해변이 여럿 있다. 뛰어난 접근성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해변 중 단연 아름다운 곳은 리펄스베이와 디스커버리 베이다.
절벽 아래 거대한 성처럼 우뚝 솟은 고급 맨션과 짙푸른 바다의 이국적인 풍광이 어우러진 리펄스베이는 ‘동양의 몬테카를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규모와 풍경, 주변 즐길거리 등 여러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 여유롭고 호젓함이 평온한 기운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폭 80여m, 길이 500여m의 백사장은 청정하다. 초록빛 싱그러운 야자수, 잔잔하고 푸른 바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요히 혹은 활기차게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타이토우 섬의 풍광까지, 눈에 닿는 모든 게 아름답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가는 타이팍비치와 레스토랑 밀집 지역은 디스커버리베이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란타우섬의 끝자락, 홍콩디즈니랜드를 마주보는 깊숙한 만의 안쪽에 자리한 이곳은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는 리조트 풍 타운하우스 단지다. 디스커버리베이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센트럴에서 가려면 페리를 타야 하고 단지 내부에서도 전기 카트를 타고 다닌다. 주민은 상사 주재원이나 은행원 등 부유한 외국인들이 다수다.
디스커버리베이는 모든 것이 반듯하게 정렬된 느낌이다. 바다가 보이는 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김없이 예쁜 벤치가 있고, 책을 읽는 동네 할머니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주말이면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해변은 망중한을 즐기러 나온 주민들로 붐빈다. ‘홍콩 인 듯 홍콩 아닌 홍콩 같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문유선 여행작가ㆍ취재협조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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