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뒷수습에 장고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대법관 전원과의 논의를 끝으로 법원 내부 의견수렴을 마무리했다. 이르면 주중 사법수장이 꺼낼 후속조치로 법원 안으로는 분열 수습, 밖으로는 사법 불신 해소가 걸린 사법부 난제가 진정 국면으로 가닥이 잡힐지 판가름 난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4시 대법원에서 고영한 선임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포함)과 함께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2시간 넘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뒷수습 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에게 이달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이후 현안을 두고 적극 의견을 달라는 의사를 최근 전했고, 이날 일정 조율을 거쳐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마련됐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발표 뒤 몇몇 대법관과 간담회(1일)를 열긴 했지만 최고법관이자 대법원 동료들 전체 뜻을 헤아리지 않고 최종 결론을 낼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관들은 특별조사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처장의 조사결과 설명을 대략 듣고 각자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된 논의 대상은 ‘재판 거래 시도’나 ‘판사 뒷조사’ 정황이 담긴 행정처 문건 작성 주도자나 관여자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한 조치 필요성을 대법원장이 직접 시사해야 하는지 여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법관 내부에선 이달 7일 전국 법원장들의 간담회 논의 결과처럼 박근혜 청와대 의중을 살펴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 내지 거래한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보고 3차 조사기구인 특별조사단 결론을 대체로 수긍했을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현재 대법관 13명은 올 1월 대법원 추가조사위 조사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에 당시 청와대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이 나와 논란이 일자 유례 없는 집단 성명을 내 강하게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그렇더라도 자체 조사 한계를 지적하며 적극적 형사조치 등을 요구하는 소장판사들이나 법원 밖의 지적이 쏟아진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사정을 들어 몇몇 잠정안으로 설득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관 간담회 논의 결과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와 달리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장들은 외부 공표를 원했지만 대법관들은 원치 않았던 셈이다.
다수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절차가 진행된다면 ‘협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선에서 후속조치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형사절차를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 정도로 대법원장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의결한 점도 이 같은 예상에 무게를 싣는다. 한 부장판사는 “사건을 맡게 될 재판부는 물론 사법부가 영장 청구 등에서 감당하기 힘든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대법원장이 ‘수사’ 등 민감한 표현을 꺼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ㆍ언론인 등 외부인이 주축인 사법발전위원회에서도 사법부 차원의 적극적 조치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앞섰다. 반면,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개혁 성향이 강한 대법원장이 국민적 눈높이에 맞게 수사라는 단어를 꺼내며 강한 의혹 해소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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