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공식화하며 해빙 무드를 타고 있는 남북관계 역시 재차 탄력을 받게 됐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를 움직이고, 다시 북미관계 개선을 업고 남북대화가 진전되는 선순환 고리가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해제는 비핵화 조치 이후 취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당장 이완되지 않으면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 재개도 어려운 만큼 남북 간 대화는 당분간 인도적 사안과 군사 부분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남북은 이미 분야별 회담 일정을 북미 정상회담 뒤로 잡아둔 상태다. 14일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18일 체육회담, 24일 적십자 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남북 회담에서 이뤄질 논의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날 북미 회담 고지까지 넘어서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마침 군사회담에 참석할 대표단도 이날 확정됐다. 전날 국방부는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을 수석대표로 한 5명의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고, 북측은 이날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수석대표로 참가했던 안익산 육군 중장(우리의 소장)을 수석대표로 한 14명의 대표단 명단을 보내왔다. 양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언급한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문제를 비롯해 판문점선언에 언급된 비무장지대(DMZ) 긴장완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체육회담에선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24일 적십자 회담에선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반면 남북경협 분야에서는 당초 기대한 만큼의 속도가 붙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간 경협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비핵화 부분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없었던 만큼 교착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는 비핵화가 진행돼 더 이상 위협이 없을 때 풀게 될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마지막 보루로 가져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남북관계의 완벽한 복원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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