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국이 12일 채택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남북이 4월 28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핵심 쟁점인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아울러 3조 13항으로 구성된 판문점 선언에 비해 6ㆍ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4개항만으로 구성돼 북미간의 구체적인 합의 수준은 현격히 떨어진다. 북미가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대립을 풀지 못한 데다 협상 시간 부족 등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모두 향후 협상 과제로 돌렸기 때문이다. 북미가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지긴 했으나, 비핵화와 오랜 적대 관계를 풀기 위해선 향후 험난한 협상 문턱을 넘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ㆍ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골격 자체는 판문점 선언과 유사하다. 1항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2항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3항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발판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이는 판문점 선언의 구조와 조응하는 대목이다. 판문점 선언은 1조에서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과 발전, 2조에서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3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협력을 규정하면서 마지막 항목인 3조 4항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확인했다. 판문점 선언 역시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문제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선(先) 비핵화, 후(後) 관계 개선’이라는 그간 북한 비핵화 해법에서 벗어나 북한이 주장해온 ‘선(先) 적대관계 해소’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북한의 체제 보장 우려를 해소해주면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6ㆍ12 북미 공동성명은 판문점 선언과 마찬가지로 비핵화의 구체적 이행 조치와 시기, 검증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향후 숱한 과제를 남겨뒀다. 미국이 그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한다’며 추가 정상 회담의 시기를 구체적으로 담았으나, 6ㆍ12 공동성명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북미 고위급 협상을 한다는 것만 언급하고 추가 정상회담을 확실히 약속하지 않은 것도 미흡한 대목으로 지적된다. 싱가포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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