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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체제안정과 북한주민 마음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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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체제안정과 북한주민 마음 얻기

입력
2018.06.12 19: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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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간 1차 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됐다. 한 번의 회담으로 한반도의 미래가 바뀌는 것은 아니나 변화의 중요한 단초다. 30년 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한반도 미래를 예측하려면 먼저 북한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북한의 앞날에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며 국제사회 일원으로 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이 때 남북한은 사이좋은 이웃으로 공존하게 된다. 그러나 남북한의 이질성이 해소되면 향후 경제통합을 거쳐 합의 통일에 이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둘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체제가 붕괴하는 시나리오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바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 독일 통일을 서독 주도의 통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서독으로의 편입을 주장하는 동독의 정당을 동독 국민이 직접 선택한 결과였다.

이 때 북한의 권력 공백은 한반도를 불확실성으로 내몰게 된다. 북한 붕괴가 쿠데타 등 집권층 분열로 인해 발생하면 북한에 친중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개방은 결과적으로 북한과 한미를 접근시킬 것이므로 쿠데타가 있다면 개방 반대 세력이 시도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는 지연된다. 반면 북한 붕괴가 민중봉기에 의해 촉발될 경우 북한의 새로운 군부가 민중의 지지를 등에 업으려 할 것이다. 이 때 차기 북한 정권의 성향은 북한 주민이 중국과 대한민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다. 즉 북한 내 돌발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위 두 시나리오의 변형으로, 북미가 북한 핵폐기와 체제보장에 합의하지만 북한이 교묘하게 핵무기를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이 때 일단 외형적으로는 북한이 개방의 길을 걷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다 북한이 안정적 발전을 이룰 수도 있고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중 북한체제 붕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핵을 숨기고 있는 북한은 체제붕괴를 막기 위해 군사도발을 시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북한이 생각을 바꾸어 핵포기를 거부하는 시나리오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며 아직 젊은 김정은으로서는 이런 경제상황으로는 장기집권이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제 북미회담이 타결된 것이다. 따라서 어제의 북미회담으로 이 네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앞으로 북한은 변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길이 안정적일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도록 전략을 수립하면서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경제성장에 성공하는 그림일 것이다. 북한이 핵을 숨기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상황이 된다 해도 남한을 침공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이 국제경제의 일원이 되면 북한도 잃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분단고착으로 생각하지만 남북한이 평화공존하게 되면 강력한 구심력이 발생할 것이다. 물론 장차 합의통일이 가능하려면 북한의 정치ㆍ경제적 발전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 전략은 북한의 안정적인 변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공백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북한 핵 폐기가 완성되기 이전의 북한 내 권력공백은 더욱 그러하다. 긴 호흡으로 북한과의 장기적 공존을 목표로 할 때다. 남북한이 사이좋은 이웃이 되면 통일의 길은 열리게 된다. 아울러 북한 내 돌발상황에 대비해 북한주민의 마음을 사는 전략도 필요하다. 북한체제 안정을 도우면서도 북한주민의 마음을 사는 어려운 줄타기가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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