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가 나는지, 마약을 흡입했는지 여부를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 색 변화 센서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김일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나노섬유 표면에 아세트산납을 입힌 색 변화 센서가 0.04ppm의 극미량 황화수소와 반응, 색깔이 기존 흰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황화수소와 반응한 아세트산납은 황화납으로 변하면서 색이 바뀌게 된다. 황화수소는 입 냄새의 주요 원인이다.
이 같은 아세트산납의 특성을 이용한 황화수소 감지용 시험지가 현재 시판 중이다. 종이 표면에 황화수소를 입힌 형태로, 5ppm 농도의 황화수소까지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입 냄새의 주원인인 극미량(1ppm) 황화수소를 감지하는데 무리가 있다. 또 아세트산납 입자가 뭉쳐 감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
연구진은 종이 대신 나노 섬유를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10억 분의 1m에 불과한 나노미터(㎚) 크기 입자로 이뤄진 나노 섬유에선 아세트산 입자가 뭉치지 않고 표면에 고르게 펴진다. 표면적도 매우 넓어 아세트산의 반응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 구취 원인 물질인 황화수소를 1ppm 농도로 섞은 날숨 실험에서 나노섬유를 활용한 색 변화 센서의 색깔은 모두 갈색으로 변했다. 농도 0.04ppm의 황화수소와도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나노섬유를 기반으로 한 색 변화 센서 특허를 국내에 6건 등록ㆍ출원하고, 미국에도 특허를 내기로 했다. 또한 날숨을 이용한 질병이나 마약 검사, 유해 환경 가스 검출 등에 색 변화 센서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다양한 색 변화 염료를 나노섬유에 붙여주면 여러 유해환경 가스 유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복잡한 전자식 센서와 달리 전기회로나 측정값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필요 없고,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손쉽게 검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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