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없어진 줄 알았던 선거판 돈봉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공천파동으로 접전지역이 증가했고, 1970~1980년대 고무신ㆍ막걸리 세대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품살포 건으로 검경이 수사 중이거나 고발된 곳은 경북 경주 영천 상주시장과 영양 봉화군수 선거 등 5, 6곳에 이른다.
경북경찰청은 시장선거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동네 주민 4, 5명에게 1인당 5만~10만원씩 돌린 혐의로 경북 상주시 낙동면의 정모(66)이장을 지난 10일 긴급체포해 수사한 뒤 12일 낮 불구속입건으로 석방했다. 경찰은 선거가 끝난 뒤 해당 후보와 연관성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북 영천에선 시장선거 출마자 친동생과 지인 등 2명이 금품살포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데 이어 지지자도 경찰 수사를 받는 등 혼탁양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2월 시장선거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동네 후배에게 20만원을 건넨 혐의로 지지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북 봉화에선 돈봉투 사건이 조작설 음모론으로 비화하는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봉화경찰서가 무소속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현금 50만원을 건넨 혐의로 석포면 주민 1명을 소환, 조사하자 해당 후보는 상대방의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북영양선거관리위원회도 이달 초 야당 군수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선거구민 2명에게 각각 현금 20만원을 전달한 A씨를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고발했다. A씨는 기초의원 출마자를 동석시킨 자리에서 주민 5명에게 8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고, 현직 군의원과 함께 호별방문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밖에 경북 경주에선 후보 매수설과 폭로, 삭발, 반박기자회견 등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2007년 청도군수선거 금품살포사건 이후 급감했던 금품선거 논란이 이번 선거에 부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래 없이 치열했던 자유한국당의 공천갈등과 민주당 바람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돈봉투 문제가 된 곳은 텃밭이나 다름없는 자유한국당 공천경쟁이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했던 곳”이라며 “대구 등 대도시와 달리 농어촌지역에선 아직도 특유의 ‘정’이 많이 남아 있으면서 동시에 예전과 다른 신고정신이 강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북경찰청은 2007년 청도군수 보궐선거 때 돈봉투를 주고 받은 선거운동원과 주민 등 55명을 구속하고 1,500명을 불구속입건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주민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금품살포와 관련한 단일사건으로는 최대규모로 기록됐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