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산책로를 걷는데 ‘탁탁탁탁’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국가대표 수비수 홍철(28ㆍ상주상무)이었다.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꾸벅 인사하고는 금세 사라졌다.
지난 5일 훈련이 끝난 뒤 허리에 근육이 뭉쳐 전날 볼리비아와 평가전에 결장한 홍철은 조금이라도 빨리 컨디션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 9일부터 정상훈련을 소화 중이다.
홍철은 러시아월드컵 참가자 중 소속 팀이 없는 몇몇 선수를 빼면 최저 연봉자다. 군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병장으로 진급한 그의 월급은 40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480만원이다. 이적료 평가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크르트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F조에 속한 독일의 스타플레이어 토마스 뮐러(29ㆍ바이에른 뮌헨)의 시장 가치는 5400만 파운드(779억원)다. 왼쪽 수비수인 홍철이 만일 독일전에 나서면 오른쪽 공격수인 뮐러를 막아야 한다. 480만 원짜리 ‘방패’와 700억원 넘는 ‘창’의 대결이다.
그러나 몸값이 전부는 아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 상주 상무 소속의 병장이었던 이근호(33ㆍ강원FC)는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근호의 중거리 슈팅을 손으로 잡았다가 놓쳐 ‘기름손’ 오명을 들은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32ㆍCSKA모스크바)의 당시 몸값은 227억원이었다. 반면 이근호의 월급은 14만9,000원. 연봉으로 환산해도 178만 원에 불과했다. 200만원도 안 되는 ‘창’이 227억 원짜리 ‘방패’를 뚫었다며 외신에서도 화제였다.
신태용호에는 군인이 2명 더 있다.
김민우(28)도 상주 상무 소속이다. 같은 왼쪽 수비수로 엔트리 경쟁을 벌이던 홍철과 김민우는 나란히 최종명단에 뽑히는 기쁨을 안았다. 김민우 계급은 일병으로 홍철보다 낮아 월급도 33만원이다. 한국은 1994년 서정원(수원 감독), 1998년 최용수(전 서울 감독), 2006년 정경호(상주 코치), 2010년 김정우(BEC 테로 사사나) 등이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선수들의 대를 쭉 이어왔지만 이번처럼 동시에 두 명이 포함된 건 처음이다. 미드필더 주세종(28)은 경찰대학 부설기관인 무궁화체육단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다. 월급은 30만원 안팎이다. 의경의 월드컵 참가는 주세종이 최초다.
레오강(오스트리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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